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열셋 @나미비아 세시림
이른 아침 붉은 사막을 보고 다시 세시림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스바코프문트로 넘어가는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먼저 밥을 챙겨 먹기로 했다. 빈트후크에서 사 온 식재료들로 캠핑 사이트 내에서 불을 피워 요리할 준비를 했다. 헌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 불 피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박스로 바람을 막고 고기를 구워 보려 했으나 모래가 날려 애를 먹었다. 음식물이 더러워질 것 같았다. 결국 야외에서 먹는 걸 포기하고 캠핑장 내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tvN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을 보면 멤버들이 레스토랑에서 불을 빌려 조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의 모든 것을 답습하려 한 건 아닌데 아프리카에서의 상황이 TV 속 에피소드의 모든 것을 따라 하게 만들었다. 배우 박보검이 남아공에서 비행기 놓친 것부터 같은 렌터카 주인(큰손)을 만나고 레스토랑에서 불 빌리는 것까지! 미디어의 영향력이 이렇게 크다. 이들처럼 불을 빌려보기로 했다.
레스토랑에 들어갔으니 음식을 주문해 먹어야 맞는데 상할 것 같은 식재료들을 소비해야만 했다. 우리는 난감한 얼굴로 바깥에 모래 바람을 가리키며 레스토랑 직원에게 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직원은 더 높은 관리자에게 동의를 구한 후 우리를 주방으로 들였다.
나미비아(아프리카) 사람들은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굉장히 사려 깊은 편이다. 프라이팬도 빌려주고 고기가 누르니까 기름도 둘러주고 팬 설거지까지 그들이 해주었으니 말 다했다. 우리는 고마운 마음에 레스토랑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이해관계를 떠나 배려해준 나미비아 사람들 덕분에 실내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버리거나 상하는 음식도 당연히 없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한껏 하고는 레스토랑을 나왔다.
식사 후에는 샤워장에 갔다. 한국에서 비행을 하고 바로 오지로 달려온 예지는 무려 3일 만에 머리를 감는 거였다. 샤워장에서 중학교 때 친구랑 있으니 꼭 수련회에 온 것 같았다. '우리가 중학교에서 만나서 지금 여기가 도대체 어디니' 하며 즐거워했다. 나미브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어찌나 맞았던지 귀에서는 계속 모래가 나오고 머리는 한 번 감아서는 좀체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샤워를 마쳤는데 바깥은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우리는 샤워장 바로 앞에 차를 대고 샤워장 나오자마자 차에 타는 전략으로, 세시림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이제 사막과 바다가 만나는 곳, 스바코프문트로 간다.
[돌발상황 #10] 캠핑장에서 요리를 해 먹으려 했지만 불조차 피울 수 없는 모래바람이 불었다. 주변 레스토랑에서 불을 빌려 조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