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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02. 2021

희망으로 가는 길 "꿈이 뭐니?"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열넷 @나미비아 세시림-스바코프문트


미디어로 보는 여행지와 직접 하는 여행이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나온 길이 기억난다는 것 아닐까.

목적지 외에도 여정을 기억하는 것

결과 말고도 과정을 챙기는 것 말이다.



스바코프문트로 가는 길은 지난 밤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땅은 360도 주변에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아 세상에 오직 이 차만 존재하듯 우릴 자유롭게도 외롭게도 했다가, 어두운 퇴적층을 내밀며 시야를 좁히기도 하고, 에토샤 국립공원에 가서야 볼 줄 알았던 동물 떼를 소개해주며 우릴 휘둥그레 하게 만들었다. 하늘은 들쑥날쑥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처럼 맑은 것 같은데 비를 내리기도 하고 또 금세 지기도 했다. 저 멀리서는 숨을 곳을 찾지 못한 해가 우리를 당돌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해를 쫓아가며 희망이라고 불렀다. "스바코프문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신에 "희망이한테 가까워지고 있다"라 한 것이다.



쭉 뻗은 도로를 보면서 '이런 데를 또 언제 와볼까' 하며 자꾸만 비경에 취했다. 하국 오빠는 "언제 이런 데에서 운전해보겠냐"며 운전하는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주님, 감사합니다!"하고 외쳤다. '나도 아름다운 건 알겠는데, 그게 왜 감사하지?'

누군가는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아름답다"라고 하지 않고
"감사하다"라고 말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름다움에 감사를 전할 목적지,
주체가 있다는 게 생경했다.



이때 하국 오빠가 꺼냈던 진지한 얘기가 생각난다, "꿈이 뭐니?" 하는.

일반화의 오류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군인들은 생각보다 감성적인 것 같았다. 이런 질문을 받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장난만 치고 겉치레 의미 없는 대화보다는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주제가, 나는 좋았다. 그래서 진지하게 대답했다.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을 들뜨게 만드는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게 꿈인데, 이번 여행 와서 이렇게 많은 감상이 드는 게 참 좋다고 했다. 생각이 여물면 콘텐츠로 수확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국 오빠도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가 있다며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그 대답을 듣고 하국 오빠는 우리 나머지 세 명과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되게 어른스럽다고 느꼈다. 세 명 다 아직 자신을 챙기기에 급급한데 하국 오빠는 누군가를 챙기는 게 꿈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면 다음 스텝을 생각할 수 있으므로 좀 더 빨리 어른스러워지는 듯했다. 예지는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라며 오빠의 꿈을 응원했다.


따로 묻진 않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런 생각도 스쳤다.

'평생 함께 하기로 해서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벌써 찾았다니…….'


하국 오빠는 나중에 네 명 다 결혼하고 애 낳고 가족모임으로 만나자는 빵떡 같은 약속을 제안했다.

"조금 먼 얘기이긴 한데요. 그, 그럽시다……. 하하하하하하!"


꿈이라는 건 지향하는 바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가장 결핍된 부분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꿈에서 멀어질수록
인간은 조금씩 슬퍼지는 것 같다.
꿈은 도달하고 싶은 희망 사항이니까.


지석이와 예지의 꿈도 듣고 싶었는데 길의 모양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나중에 꼭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차 안에서 꿈 얘기도 하고, 일부러 창을 열어 바람도 맞고, 음악을 틀어 춤을 추기도 했다. 한시적이긴 하나 이곳의 땅을 닮아 자유로움을 느꼈다. 사뭇 진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스바코프문트에 가까워졌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할 즈음에는 지나치게 멋진 노을이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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