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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02. 2021

사진은 바라보는 이의 선물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열둘 @나미비아 세시림, 나미브 사막(데드블레이)

가이드의 사륜셔틀차량을 타고 사막을 지나다보면 중간중간 바퀴가 빠져 옴짝달짝 못하는 관광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는 익숙한듯 이들을 일단 차에 태워 함께 관광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관광객들과 함께 이들의 차량를 빼주기로 했다. 처음 발견한 이들은 스위스인들이었는데 차량이 모래에 빠진 게 속상해서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데이블레이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이들의 차량 쪽으로 향했다. 가이드는 차량에서 끈을 가져와 바퀴 빠진 차량에 연결했다. 나머지 관광객들에게는 "PUSH, PUSH"를 외치며 이 차를 밀어줄 것을 부탁했다. 스위스인들은 시무룩한 표정이었지만 우리들에겐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가 생긴 것 같았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 너무 재밌어 했다.


사람들이 모두 내려 이 차를 밀 때 나도 도와야 했지만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도 좀 눈치가 보여서 차량을 밀러 가려는데 하국 오빠가 내게 한 마디했다. "너는 그냥 사진 찍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



가끔 사진을 찍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방관자가 된 느낌. 사진은 나중에야 찍어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 들겠지만 여행의 진척 과정에서는 관찰하는 입장이 되어 그 상황에 깊이 관여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 부분을 나도 늘 우려하는데 "너는 그냥 사진 찍어!"라는 말을 먼저 들으니 맘이 편해졌다. 내 역할이 분명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내 마음은 방관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든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속해있고 싶다. 그럼 나는 더 적극적으로 지내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내가 사진을 찍는다는 건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다. 대상에 애정이 있을 때 더 열성적으로 찍을 수 있다. 더 많은 프레임을, 더 우수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내가 그 사진을 자연스럽게 담고 싶다함은 나도 자연스럽게 찍히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래 쑥스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생각지 못한 순간에 찍어주는 걸 좋아라 한다. 포즈를 따로 취하지 않아도 잘 나올테니 말이다.


카메라는 쉬지 않아야 한다.

사진은 바라보는 이의 선물.

'제가 선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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