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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03. 2021

스카이다이빙, Just do it!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열일곱 @나미비아스바코프문트

새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어제 장본 것들로 아침을 해 먹었다. 아침 식사 대화 주제는 '스카이다이빙'이었다. 겨우 어제의 걱정을 어제에 덜어두고 오늘이 밝았는데, 오늘은 스카이다이빙이라니…… 산 넘어 산이라 느꼈다. "우리 진짜 오늘 스카이다이빙하는 거야? 이따가 한다고? 오늘?" 나도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서 꼭 해보고 싶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위험한 도전을 앞두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괜히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 아빠에게서 '오늘도 안전한 여행 해'라는 문자가 왔는데 그걸 지킬 수 있는 날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두려워서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패러글라이딩을 했을 때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스카이다이빙은 내 의지로 뛰어내리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나는 또 코르티솔을 아드레날린으로 바꾸는 이 경험을 꼭 해내고 말 것이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기다리니 스카이다이빙 가이드가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렌터카는 숙소에 주차해 두고 가이드 차량으로 갈아타 스카이다이빙 샵으로 이동했다. 스카이다이빙 포인트는 허허벌판 사막이 펼쳐진 곳이었다. 전 세계에 스카이다이빙 뷰포인트가 많지만 '사막에서 하는 스카이다이빙'은 좀 더 특별하게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잘못돼서 떨어지더라도 모래가 완충작용을 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우리는 곧장 사무실로 가서 스카이다이빙에 관한 사전 설명을 들었고 '1100피트+촬영+영상 편집본 수령' 상품을 선택했다. 사고에 대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서약서에도 사인을 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서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인생은 정말 딱 한 번뿐이라서 기억에 남을 도전을 해야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해병대 대위였던 하국 오빠 말로는, 이 업체가 1100피트 높이 치고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낙하산을 접어주는 사람과 스카이다이빙을 실제 하는 사람이 2인 1조가 되는데, 이 둘의 사이가 좋고 신뢰할 수 있어야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고 사고가 없다고 했다. 또 스카이다이빙 업체에서 영상 만들어준다고 하고 메일로 안 보내주는 경우가 많으니 꼭 영상 편집본까지 다 받아서 가자고 했다. 체대 나온 군인이랑 동행하니 팁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보다 먼저 온 세 팀이 있어서 오전 내내 대기만 하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하국 오빠랑 예지가 먼저 채비를 하고 헬리콥터를 탔다. 둘 다 왜 이렇게 용감한 건지, 작아지는 마음에 계속 그들의 담대함이 부러웠다. 지석이랑 둘이 남아 "지금쯤 뛰었을까? 올 때가 됐는데 왜 이렇게 안 오지?" 하며 기다리니 멀리서 둘이 나타났다. 반갑고 떨리는 마음에 뛰쳐나가 물었다.

"어땠어? 어땠어요?"

예지와 하국 오빠가 이어 말했다.

"말 안 해줄래. Just do it!"

"태양이랑 일직선에 있었어, 그냥 너네가 해봐. 해보면 알아. 외투 벗고 가서 그 바람 느껴봐."

둘 다 상기된 표정으로 약 올리듯 스카이다이빙 안 해본 사람이랑은 말도 않겠다고 작심한 것 같았다.


"우리도 할 거야! 어떤 기분인지 느껴 보고 올게!"


지석이랑 나도 헬리콥터에 올랐다. 이륙 전부터 카메라맨들이 액션캠 두 대로 우릴 찍고 있었다. 흥분된 마음에 카메라를 바라보며 "파이팅!"을 엄청 외쳤다. 헬리콥터는 문이 열린 채로 떴는데, 카메라맨들이 문 밖으로 계속 카메라를 내미는 걸 보고 '아무리 직업이라 해도 이 사람들 참 겁도 없다'라고 생각했다.



헬리콥터의 위치가 계속 높아지니 갑자기 현타가 왔다. '황혜원, 미쳤다, 미친놈아! 내가 여기 왜 있지?' 하면서 출근길이 떠올랐다. 매일 똑같은 길을 걸었던 나인데 지금 나미비아 사막 상공에 있다니…… 공간이 주는 대비(對比)가 꽤나 통쾌함을 느끼게 했다. 스카이다이빙 가이드들과 기장이 다이빙 포인트를 고르며 하늘을 배회했다. 그러다 마침내 뛰어내릴 포인트가 정해졌다. 포인트가 정해지자 웃고 장난만 치던 가이드들이 기도를 하며 나름의 의식을 치렀다. 매일 익사이팅해서 즐겁지만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이기에 꽤 스트레스 받겠구나 싶었다. 나도 몸에 매인 줄들을 가리키며 "Is it safe?"를 말하며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그랬더니 가이드가 한 번씩 더 줄을 조여 주었다.


진짜 뛰어내릴 시간이다. 지석이가 먼저 인사를 하고 뛰어내렸다. 내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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