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서른둘 @잠비아 빅토리아 폭포
오전 내내 구겨져 있던 몸을 풀고 샤워를 개운하게 했다.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챙기다 못해 맛있기까지 한 밥을 먹었다. 어서 짐을 챙겨 나와 빅토리아 폭포로 향했다. 빅토리아 폭포는 우리 여행의 최종 목적지였다. 나미비아 첫날, 밤새 달리던 차 안에서 '진짜 빅토리아 폭포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하던 때가 있었는데 목전에 와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빨리 숙소를 뛰쳐나가야 했다.
숙소 로비에서 빅토리아 폭포까지 동행할 택시 기사를 구했다. 그녀는 23살이었는데 사회생활을 일찍 했는지 36살 정도 되는 포스를 풍겼다. 그녀는 흥겨운 아프리카 음악이 나오는 차에 우리를 태우고 빅토리아 폭포로 안내했다.
"무슨 음악인지 모르는데 진짜 신나!"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에 택시 기사인 그녀가, 오른쪽 창문을 바라보게 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베지강이었다. 다 와 간다. 다 와 간다. 다들 흥분했다.
드디어 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와 다시 만날 시간을 정하고 내렸다. 어딘지 가늠할 순 없지만 세찬 물소리가 들렸다. 산책로를 따라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앞머리에 가린 이마처럼, 나뭇가지 사이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와~ 대박이다!"
"저거 뭐야? 저거 뭐야?"
"갑자기 나와서 나 놀랬잖아."
"진짜 어마어마하다."
누군가는 놀라움에 계속 소리를 지르고 다른 누군가는 경이로움에 멀겋게 입만 벌리고 있었다. 같았던 것은 우리 모두 어린 시절처럼 천진하게 웃고 있다는 거였다. 누가 웃기게 해서 배꼽 잡고 웃는, 폭소의 얼굴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을 바라볼 때 번지는 행복의 얼굴이었다.
사막을 가고 싶게 날 동요시킨 음악이 이승환의 「붉은 낙타」였다면 루시드폴의 「물이 되는 꿈」은 빅토리아 폭포를 다녀온 다음 내가 내내 들어야 할 음악이었다. 내게는 그 곡이 빅토리아 폭포의 주제가였다. 이곳으로 여행을 오기로 한 날부터 출근 시간, 퇴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이 노래를 들었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기타 스트럼을 기반으로, 선언하는 하나의 단어마다 '꿈'을 붙이는 가사의 전개가 마치 꿈을 이루는 과정 같았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여행을 기다리는 게 너무나 즐거웠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곳에 있었다. 물이 되는 꿈이었다.
「물이 되는 꿈」- 루시드폴
물.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꽃. 꽃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풀이 되는 꿈.
강. 강이 되는 꿈. 빛이 되는 꿈. 소금이 되는 꿈.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파도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별. 별이 되는 꿈. 달이 되는 꿈. 새가 되는 꿈.
비. 비가 되는 꿈. 돌이 되는 꿈. 흙이 되는 꿈.
산. 산이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바람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모래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 비가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강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하늘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여행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여행은 사막에서 폭포로, 모래에서 시작해 물로 끝나는구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일처럼', 신기루 같은 일은 없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물을 만난 것 같았다. 건조하고 지루했던 내 일상에 시원한 물길이 든 것 같았다. '바라는 나'와 '있는 나'가 하나를 이루었다.
내가 되는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