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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n 02. 2021

[오디오] 나는 왜 그토록 사막이 끌렸을까?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하나

▶ 읽기가 부담스러울 땐 들어보세요. Play 하면 해당 글의 나긋한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1년 중 대부분의 날들은 평범하다.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나고
그 사이에 남겨지는 추억도 없이 대부분의 날들은
인생에 있어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는다.

- 영화「500일의 썸머」중에서 –




2016년 초에 사주를 봤다. 처음이었다. 새해가 작년과 다르지 않고 별 기대가 되지 않아서였다. 답답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해가 바뀔 때는 기대라는 걸 했었는데 2016년은 기대가 되지 않았다. 말로는 ‘화이팅’을 외칠 수 있어도, 내 마음이 잠잠했던 것은 내가 잘 아니까.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나 자신은 속일 수 없다.


그래서 그해 목표는 '느끼한 사람이 되자!'였다. 느끼는 것이 많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해서 그런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느낌이 많은 삶을 위해서는 배우기를 멈추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했다. 먼 곳을 돌아 여행하고 책에서 활자를 줍고, 그것들을 내 삶으로 가져오는 게 필요했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변주해서 변하지도 자족(自足) 하지도 못하는 나를 구하고 싶었다.


다가올 휴가는 꼭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해에 내일로로 국내여행을 하기도 했고, 해외여행은 국내여행보다 자극이 세기 때문이었다. 새로워지기를 많이 갈망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많아도,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가보고 싶었다. 내 온 세계관을 뒤집고 왠지 먼발치에서만 지켜봐야 할 것 같은 곳. 사막이었다.


사막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없는 땅이기도 하고 누워서 보고 있으면 별이 쏟아질 것처럼 많다고 들었다. 여러 사막을 알아보다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을 선택했다. tvN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이 그 시기에 방영한 것도 영향을 줬지만 몽골의 고비사막보다 더 특별한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예상도 그곳을 택한 이유가 됐다.


도시 여행에서는 될 법한 일이 안 되는 아프리카 여행!

준비 과정에서 하나하나 챙겨야 할,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그게 수수께끼 풀듯 어려운 일은 어려운 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어려운 일들 중에는 어려워서 자꾸 미루게 되는 일이 있고 어렵긴 하지만 재밌게 느껴지는 일이 있는데, 앞으로 살면서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일은 되도록 많이 해봐야겠다는 거였다.




실로 어려웠던 이 준비가 내 일상을 밀고 당기며 탄력이 생기게 했다. 다시 카메라나 렌즈를 보러 다니고 여행지에 대해 알아보는 등 퇴근하고도 늘어져 있지 않았다. 여행 영화나 아프리카 감성이 깃든 콘텐츠들을 두루 삼키기도 했다. 처음으로 캠핑 장비도 구경하고 배낭도 샀다. 약국에서 상비약을 구매하면서 의료봉사를 가냐는 약사의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재밌어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고 함께 여행할 사람들도 찾았다. 여행 윤곽이 잡히지 않았을 때도 여러 모임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설레발을 치고 다녔다. 회사에서는 여행 전후로 일을 엄청 몰아서 했다. 출발 날짜에 가까워지면서는 미룰 수 없는 사소로운 것들을 챙기며 스트레스도 살짝 받았다. 점심시간에 계속 은행을 가서 환전을 하거나 경찰서에 들러 국제 운전면허증을 준비하는 바람에 살도 조금 빠졌다.


그런 말이 있다. 회사 일이 편하면 고생하는 여행을 가고, 회사 일이 빡빡하면 휴양지로 휴가를 간다고.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겠지만 저 말에 공감했다. 그 당시 나는 반복적인 업무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할 일을 다하고 배움을 더하고도 업무에 적용해볼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답답했다. 왜냐하면 진짜 실력이란 반복적인 업무에서 조금 더 움직일 때 커지기 때문이다. 왜인지 이미 일을 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행 준비에 몰입하며 조금은 타이트하게 지내는 내가 마음에 들었다. 좋아하는 일이었다.


아, 여행은 더 잘 지내기 위해 일상에 제동을 거는 거구나…….


짧은 기간에 매우 많은 걸 느낀 듯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이런 감상들이 떠오르는 게 항상 그리웠다.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을 때의 내가 가장 아쉽다. 무엇을 업(業)으로 삼든 나의 정체성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3년 전에 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묵묵하지 않은, 마음 들뜨는 얘기들을 나누고 싶다.



[돌발상황 #01] 처음으로 구한 동행자가 개인 사정으로 같이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알려왔다. 추후 새 멤버를 충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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