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조금은 일찍 철이 들어 그런지, 진지한 생각을 자주 하곤했다.
중학교 1학년 무렵이었을까? 하느님한테 이렇게 기도했다.
"영화 같은 삶을 살게해주세요."
나는 로맨틱코미디를 생각하고 기도를 한건데,
나의 기도가 정확하지 않아서인지...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갔다.
서른여섯, 인생을 살아오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 바바리맨 목격, 전남친 어머니의 결혼반대 등등
그 중에서도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사람에게 받은 상처였다.
절친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네가 신기해. 만약에 나라면 너 같은 일을 겪으면 움츠러 들었을 것 같은데,
너는 또 사람들을 만나고 도전하잖아. 그래서 대단하기도해."
아마 이런 맥락의 말이었던 것 같다.
심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외상후 성장' 혹은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상처를 받고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고통이 너무 심해 숨이 안쉬어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
문득문득 밀려드는 감정에 나 자신이 무너지기를 여러번 반복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다시 사람을 믿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었던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면 아마도 '순진함'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보통 '순진하다'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쓰이기보다는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
'사람들에게 쉽게 속는다', '손해를 보며 산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곤 한다.
실제로 나도 그 순진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속아 이용당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의 문을 더 꽁꽁 걸어잠그고,
'더 이상 손해 보지 말아야지', '이제는 나도 달라져야지' 스스로 다짐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럴 수록 내 마음은 더 외로워지고, 팍팍해졌다.
그렇게 또 다시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순진함'은 나에게 약점이기도 했지만,
다시 사람들을 믿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내가 너무 단단하지 못해서, 내가 너무 마음이 약해서..
그동안 상처를 받아왔던 그 모든 순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의 약함이 나를 지켜왔다고,
순진함 덕분에 나는 여전히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어쩌면 순진함이 당신의 마음을 구원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