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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이라는 아름다운 단어

만남과 헤어짐에 대하여

by 작은나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참 낯설었다.


어렸을 적엔, 나와 짝꿍인 친구가 나와 평생을 갈 것 같아서 우리가 늙어서 호호 아줌마가 되었을 땐 같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고민하며 헤어짐에 대한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었다.


인연이라는 글자엔 헤어짐이 들어있지 않는다는 듯

첫 만남만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동안만을 생각하며,

이별이 없다는 듯 지내다가 어느 순간 헤어진다는 것도 모른 채 헤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태어남과 살아감은 있지만

그 누구도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다가 죽음인지도 모른 채 홀연히 이번생을 왔다 가는 것처럼.


설레었던 만남과 영원할 것만 같은 인연들을 돌이켜보면

헤어짐이 다 내 책임인 것만 같고 평생 인연으로 이어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때가 참 많았다.


인연이라는 글자엔 헤어짐은 포함되어있지 않다는 듯

인연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미안한 슬픔.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삶은 죽음을 품고 있고, 만남은 헤어짐을 품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어른들은 항상 얘기하셨던 거다.

모든 게 시절인연이라고.


죽음을 품고 사는 삶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헤어짐을 품고 만나는 인연은 매 순간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두기 때문에.


죽음과 헤어짐조차 생각하지 않고

삶을 살고 인연을 맺는 것보다 죽음과 헤어짐을 염두에 두고 만나는 순간순간들과 과정들이 훨씬 아름답다.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매 순간을 영원한 것처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때 그 시절 시절인연이라는

참 아름다운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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