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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신호등이 주는 기쁨

by 작은나무

신호등을 마주 보며 우두커니 서 있을 때

맞은편 사람들을 보며

나는 순수함과 동질감을 느낀다.


신호등 앞에서 모든 사람들은

각자 만의 상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초록불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휴대폰을 보거나

씽씽거리는 차들을 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하지만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뀔 때만큼은

서로가 잘 알고

그 신호를 함께 보면서

맞은편으로 걸어갈 준비를 한다.


자칫 빨간불과 초록불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노란불을 만나면

우리는 서로의 눈짓으로

먼저 걸을 것인지

초록불이 되기를 기다릴 것인지를

서로 함께 무언의 합의를 한다.


눈빛과 몸짓으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는 순수한 순간.


서로의 의사가 똑같으면

우린 신나게 노란불에 건넌다.


만약 한 사람이

조금 더 기다리기를 바란다면

조금 더 기다려 초록불에 건너는

행복한 순간.


각자마다의 모든 상들을 떠나

우리는

빨간불이 초록불이 되기를 바라는

하나의 바람으로 뭉쳐서

그 순간에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각자 만의 상으로 돌아가는

그 순수한 찰나의 교차점.


신호등이 주는

참 행복하고 순수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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