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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정말 바라는 것은

엄지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

by 작은나무

3주 전부터

엄지손가락 손톱 앞부분이

아리기 시작했다.


물로 씻는데 욱신욱신

쓰라린 통증이 느껴져

가만히 바라보니

손톱 앞부분이

슥 베인 자국이 보인다.


‘아프긴 하지만 이쯤이야.

몇일 후엔 금방 나아있겠지.‘


신경은 1도 쓰지 않은 채

열심히 물로 씻어 재끼고 재끼고 재끼고

마데카솔조차 발라 줄 생각 없이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괜찮은 척

매일매일을 보내는데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문득 보니

지인이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산처럼 부어올라 있었다.


아프기는 또 얼마나 아픈지.

이제는 엄지손가락에 물만 닿아도

쓰라려서 몇일 동안은 머리도 감지 못하고

고양이 세수로 버티며

평일을 견뎌 온 나날이었다.


주말이 다가오자 이때다 싶어

마데카솔에

마데카솔 습윤 밴드에

세균 방지 티슈까지 완전무장으로

똘똘감아 절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방어 성공!


2시간에 한 번씩 밴드를 갈아주고

혹시나 공기가 안 통해 덧날까

중간중간 밴드를 벗어 환기시키며

나의 온 관심과 정성이

엄지손가락에 가득했던 주말이 지난 지금.


놀라울 만큼

가라앉아 이제는 거의 아물어서

물에 닿아도 전혀 아프지 않을 만큼

상처가 가라앉았다.


엄지손가락에 난 상처는

이렇게 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구나.


알아서 잘 아물겠지

애써 무관심했던 나의 시도는

실은 엄지손가락의 상처가 정말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관심과 정성을 주면

상처가 오히려 더 커질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한 척했던 것은

상처가 커져버릴 것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아니었을까.


오히려 작정하고

바라보며 온 관심과 정성을 주니

씻는 듯 아문 엄지손가락의 상처가

정말 바라던 것은 상처에 대한 보살핌.


마음에 난 상처들도

나의 이러한 관심과 사랑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 아물어간다는 것은

아주 어쩌면

상처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닐까.


상처가

정말 바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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