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비밀
예전엔
시간은 늘 정해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참 당연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늘 습관처럼 예쁜 동그라미를 그리며 24시간이라는 숫자를 정확히 채워놓고
절대 지키지 못하는 계획들을 줄줄이 나열해 가며
동그라미를 보며 뿌듯해하던 그때 그 시절.
실행성 제로였던 그 습관이 1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늘 동그라미를 그리며 하루를 계획하는데 문득 정말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1년이라는 시간, 한 달은 31일, 일주일은 7일
하루는 24시간, 한 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시간은 너무나 정해져 있고 시계는 언제나 변함없이
영원할 것처럼 째깍째깍 돌아가지만
주말에 늦잠을 자고 거실에 나와 커피를 타 마시며
뭉그적 뭉그적 농땡이치며 늘어져있는 1시간과
시간 안에 정해진 업무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분명평소 같으면 끝내지 못했을 양을 1시간 안에 끝냈을 때의 그 1시간은 같은 1시간이지만 농도가 분명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10분 만을 외치며 알람을 늘릴 때의 10분과 퇴근시간 10분 전의 그 길이와 속도가 분명 다른 것처럼. 전자는 1분처럼 느껴지고 후자는 30분처럼 느껴지는 너무나 신비로운 마법의 현장.
아주 예전에 어느 책에서
‘시간은 없다. 움직이는 것은 우리다 ‘라는 구절을 읽으며 머리로만 끄덕이며 ‘그래 그래’ 했었는데 정말 하루가 24시간이라는, 한 시간이 60분이라는 이 시간들의 계산이 인위적인 약속이라는 게 받아들여지면서 시간에 대한 그 무한함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금이다 ‘라는 말은 진실이었다.
무한함을 품고 있는 하루의 시간 속에서 그 농도와 깊이를 달리해가며 얼마나 무한하게 쓸 수 있는 것일까.
‘바쁠수록 시간이 난다 ‘라는 말 역시 진실이었다.
쪼개고 쪼개고 쪼갤수록 시간은 아분자처럼 계속 생겨난다.
평일에 돌아가는 24시간의 하루와
주말에 흘러가는 24시간의 하루의 농도와 깊이가
너무나 분명하게 다른 것처럼.
우린 1년이라는, 24시간이라는, 1시간이라는 매일매일자고 깨면 돌아가는 똑같은 시간 속을 걷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정말 실제로는 우리 서로의 시간들은 너무나 다르고 너무나 다양하고 너무나 다채롭게 농도와 깊이와 온도와 질과 양을 달리해가며 흐르고 있다는 사실.
시간이라는 마법.
언제나 해리포터를 꿈꾸며 마법 같은 세상을 동경했는데 실은 우린 매일매일 ‘시간‘이라는 마법을 휘감은 채하루하루를 지나고 있다는 것.
나의 오늘 하루 시간이라는 마법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지금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