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고 싶었다> #12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전생 체험을 해보겠답시고 유튜브에서 설기문의 최면 멘트를 들었다. '들판'을 떠올리라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마법의 주문처럼 흘러 나왔다. 처음엔 푸릇푸릇하고 꽃이 무성한 들판을 상상하고 싶었는지 애써 머릿 속에서 밝은 들판을 한참을 찾고 있었다. 그 노력이 무색할 만큼 불쑥 떠올라버린 '들판'의 이미지엔 '눈' 혹은 '비'로 뒤덮인 들판들만 가득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 곳엔 쓸쓸히 걸어가는 듯한 감정의 나만이 존재했다.
나 에겐 '들판'이란 어둡고도 차가운, 어쩌면 쓸쓸함 가득한 곳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