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

<적고 싶었다> #52

by 윤목


10월 31일 저녁 10시 30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편집 작업을 하느라 거북이 마냥 목을 쭈욱 빼고 두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있었다.


“카톡”


‘대표님 핼러윈 잘 즐기고 계신가요!! 작업은 어느 정도 되었을까요?’


작업하는걸 뻔히 알면서도 핼러윈 이야기를 꺼낸걸 보니. 담당자 나름의 인사치레였으리라 생각했다. 은근 예민할 때도 많아서 퉁명스레 작업하고 있다고 말할 법도 하지만 핼러윈이라는 걸 하루가 다 지나갈 즈음 온 카톡으로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핼러윈 데이였군요. 까맣게 몰랐네요. 작업은 하구 있습니다. 오늘 끝나긴 해요.’


간단한 답장을 보내고 잠시 작업하던 창을 내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창에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오늘을 나타내는 가사의 일부를.


10월의 마지막 밤을.


참 이상하게도 내 기억의 습관이 이상한 건지. 노래의 제목보다는 인상 깊은 가사로 노래를 기억하곤 한다. 그리고는 검색창 아래에 뜨는 연관 검색어로 제목을 찾아내는 수고와 번거로운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는 다시 검색했다.


‘잊혀진 계절’


고등학교 시절 10월의 마지막 날을 늘 함께했던 노래. 엄마의 세대에선 ‘이용’이란 가수의. 나의 세대에선 ‘영웅재중’이. 동생의 세대에선 ‘아이유’를 통해서 불려졌었던 감수성 풍부한 사춘기의 우리를 감싸는 노래.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10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11월의 첫날을 맞이하는 시간에 ‘잊혀진 계절’을 틀어 살포시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가을의 고요함과 왜인지 알 수 없는 쓸쓸함을 감싸기 위해 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잘 기다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