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고 싶었다> #54
유난히 탓하고 싶은 계절이 다가왔음을 매일의 새벽에 느끼고 있다. 따스한 장판에 쏙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노랗게 손톱 아래가 물들 때까지 귤을 까먹고 싶어 지는 것도. 괜히 길을 걷다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를 그토록 원하게 되는 것. 추위를 핑계 삼아 누군가와 딱 달라붙어 있고 싶어 하는 것까지도 모두 다 겨울 탓이다. 딱히 탓할 게 없어 계절 핑계라도 대고 싶어 졌다.
차갑고 매섭게 스쳐가는 겨울의 바람 덕에 따스하게 해 줄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나의 모습이 한없이 애처로워 보였다. 간혹 이런 성격을 가진 나에 대한 자기 연민에 빠지는 시간도 적지 않았다. 누구 하나에게 속 시원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겨울의 나는 눈 속에 파묻힌 앙상한 나무 한 그루 같았다.
그럼에도 겨울은 간간히 따스함을 주기도 했다. 드럼통에서 갓 구어 나오던 군고구마, 편의점 앞에서 호호 불며 먹게 되는 호빵, 아빠가 가장 애정 하던 녹차 호떡 까지. 생각해 보면 봄, 여름, 가을에는 마음을 따스히 해주는 것들은 무용했다. 어쩌면 충분히 춥고 쓸쓸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고마운 줄 몰랐던 것이지 않을까. 따스함이 보다 간절하지 않아서.
내가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것도. 간간한 따스함을 느끼는 것도 결국 모든 것은 추운 겨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