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적고 싶었다> #57

by 윤목

겨울에 내리는 비를 좋아한다. 찝찝하던 여름 비와는 유난히 더욱더 시원한 겨울비를. 더위를 잊게 해 주는 게 여름비랬던가. 겨울비는 혹독한 추위를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답답한 마음을 뒤로하고 집 밖의 공기를 맞이하기 위해 문을 열었던 순간. 답답함을 시원하게 씻어 내려주던 새벽의 빗소리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단 한순간의 빈틈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새벽의 귓가를 가득 메우던 빗소리가 어쩜 그토록 나는 반가웠을까.

눈앞의 빗줄기는 점점 더 가까워져 왔다. 지면에 부딪히는 빗소리보다 내 머리와 어깨를 두들겨대는 빗소리가 더 커졌다. 잠시 비를 맞고 싶었던 나는 그렇게 집 앞 골목에서 겨울비를 온몸으로 맞이했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 고민거리가 씻겨 내려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없이 고민을 씻어냈다.

집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빗소리에 묻혀 잠에 들고 싶어서. 그 일정하고도 일정하지 않은 맑은 소리에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평소에 듣던 디지털의 빗소리가 아닌 자연의 빗소리를 맞으며 오랜만에 숙면의 밤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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