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주말의 저녁. 아침열시부터 열두 시간가량의 길고도 길었던 수업이 끝났다. 그리 힘들지 않은 날이라 예상했건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열 시가 넘은 거리는 한산했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는 이는 나뿐이었다. 그래서 였는지 텅 빈 거리의 간간히 보이는 자동차들이며 오토바이들에 유독 시선이 머물렀다. 행여나 음식이 식을라 재빠르게 쏘 아다니는 오토바이들이 있는 반면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 것인지 길의 귀퉁이에 오토바이를 대고 여유로이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곧 도착’이라는 표기가 뜨길 바라며 버스정류장의 안내판을 보았다. ‘12분’이나 남았다는 안내판을 보고는 정류장에 그대로 주저앉아 길 건너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괜히 이럴 때면 스스로와 도박을 해 보고 싶어지는 법이다.
‘버스가 먼저 올까. 아니면 그들이 먼저 자리를 뜰까.’
딱히 스스로와 무엇인가를 걸지도 않았다. 비록 상금은 걸리지 않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버스가 먼저 오길 바랐다. 어쩌면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것조차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일을 하고 있는 눈앞의 그들을 그들의 일터에 남겨둔 채 스스로는 귀가하고 있음에 위안받고 싶었을 자도 모른다. 정말 못된 마음가짐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시계와 그들을 번갈아 보았다. 이윽고 버스가 왔다. 그리고는 텅 빈 버스를 타며 유리 차창 너머의 그들을 보며 한결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아 그렇다. 나는 그저 나보다 더 열심히인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라도 짓이기며 살아가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