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어울리는 사람

by 윤목

그냥 예쁜 창 밖을 찍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이런 영상을 찍어 본 적이 있던가. 적당한 크기의 방음벽과 무성히 피어있던 덩굴과 꽃들, 그리고 적당한 높이에 앉아있던 나의 위치까지. 푸른 불볕의 하늘에 떠있는 태양과 눈이라도 마주친듯한 느낌이었다. 폰에 담긴 그 우연하고도 뿌듯함 가득한 영상을 수도없이 돌려 보았다.


마치 어디 예술가의 인스타 피드에서나 볼법한 영상이라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틀어놓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감상도 잠시 뿐이었다.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주마등이 스친다는 표현이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찾아 들었다. 이 아름다운 화창함을 간직한 영상과는 대조적인. 공통점이라고는 반짝이는 느낌 뿐인, 죽음의 이미지와 연결된 그런 주마등을 상상하는 스스로에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들이라면 아무래도 나가서 즐거운 주말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회의감이 나를 감쌌다.


역시나 나는 밝음보다는 우울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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