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3일차
2021.10.08 금요일
거실에서 잠을 자던 저의 귀에 귓바퀴를 타고 내려오는 듯 점점 비소리가 거세게 들려와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비오는 것을 좋아하지만 보는 것을 좋아하지 맞는 것은 선호하지 않아요. 아마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가 그저 비를 바라만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은 젖더라도 몸이 젖어 씻거나 말려야하는 그런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어쩌면 해수욕장을 가도 수영장을 가도 물에 들어가기 보다는 그저 그 분위기 자체를 바라만 보는 것에 더 흥미있어 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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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올림픽대로는 늘 막히곤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오늘은 유독 더 심했던 날 이었더라구요. 나중에야 알았지만 휴일이 지난주 처럼 길어 다들 놀러가는 중이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운전대에 앉아 ‘비오는날 들으면 좋은 팝송’ 이라는 리스트를 틀어보았습니다. 행여나 한국 노래가 들어있을 까봐 신중히 골랐습니다. 자주 듣던 리스트들과는 조금 다른 곡들로 비오는 날의 감성을 젖어들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해외의 여느 도로위를 드라이브 하는 느낌을 내고 나서야 수 많은 차들 사이에서 눈치보지 않고 조용히 제 갈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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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사람들은 대다수가 어리거나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하면 얕보는 것 같아요. 아름답게 세상을 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만 꼭 한번씩 이렇게 마음의 화산이 폭발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정작 본인은 무엇을 잘못 말 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되려 화가 누그러 졌습니다. 화낼 가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서로 하는 일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없는 말하기 방식은 비단 일에서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자체에 대한 자세를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그냥 그렇게 사는 사람이려니 싶습니다. 그러나 다음엔 꼭 한마디 할 생각이에요. 이 기분나쁨을 잊지 않고 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