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하고 잡히지 않는 기억 속에
이름만 알고 있는,
얼굴을 잃어버린 이들이 살고 있다
외자인 성은 모르고
되려 긴 이름만으로 기억되는 이들,
곧 이름마저 잃어버릴 이들이 살고 있다
짧은 연이 끝나면 스스로를 불태워
한 줌의 먼지와 같은 재가 되어,
기억의 끝 망각의 호수에 흩뿌려질 이들이 살고 있다
수 많은 너의 잡히지 않을 기억 속에
이름만 알린 채,
얼굴을 잃어버린 내가 살고 있다
그렇게 서로의 기억이 다해
닿을리 없다던 망각의 끝에 닿아,
나 역시 너 역시 모를이가 되어 살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