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조금만 친절 했다면 좋겠다
일상의 티끌들 조차 기억 하지 못하는 것이 한이 되어가니까
친절한 행복의 기억
앞에 머물던 것들이여 현실의 슬픔과 고통을 덮어 주어다오.
이 작은 바람을 빌어야 할 하늘은 어디에 있는 것 인가
끝 없이 깊은 이 검은 웅덩이를 건너게 해 줄 바람은 어디서 불어 오려나.
불어오지 않은 바람들에 기억들을 뒤적거리고
모조리 끄집어 내어 기억의 꽃 한 송이, 두 송이를 만들어 낸다.
한 다발도 채 되지 않는,
작고 소중한 그 것들을 한 잎 한 잎 뜯어
앞에 머물던 것들을 찾아 기어이 눈 앞의 웅덩이에 흩뿌린다.
밟고 건너려 했던
흩뿌려 놓은 꽃잎들 마저 시커멓게 변해
나는 여전히 웅덩이 앞에서 바람이 이루어져 불어오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