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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목 Dec 26. 2021

매년 나는 산타를 만난다

분명 나는 그 늙은이를 만났다


빨갛고 흰 투피스의 옷을 입고

투피스를 똑 닮은 디자인의 모자를 쓴


하얀 할머니의 빠글 머리를 턱에 붙이고

어린 날의 욕망들로 가득찬 시뻘건 자루를 짊어진 채


붉은 광대의 아래

코에서 턱까지 이어진 수염의 사이로 지어보이는

인자한 웃음 뒤에서 어린 욕망을 이끌어내는


매년,  보지 못했던 넉살 좋은 빨간 산타를 만난다


12월의 붉은 날

어린 욕망을 이끌어 내는 그 날


부모의 모습을 한, 너의 모습을 한, 종래엔 나의 모습을 한 채


어린 욕망을 선물하는 그 늙은 여우같은 산타의 툭 튀어나온 배는

우리의 욕망으로 채워졌던 것은 아닐까


올해, 그 넉살 좋은 빨간 산타를 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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