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는 그 늙은이를 만났다
빨갛고 흰 투피스의 옷을 입고
투피스를 똑 닮은 디자인의 모자를 쓴
하얀 할머니의 빠글 머리를 턱에 붙이고
어린 날의 욕망들로 가득찬 시뻘건 자루를 짊어진 채
붉은 광대의 아래
코에서 턱까지 이어진 수염의 사이로 지어보이는
인자한 웃음 뒤에서 어린 욕망을 이끌어내는
매년, 그 보지 못했던 넉살 좋은 빨간 산타를 만난다
12월의 붉은 날
어린 욕망을 이끌어 내는 그 날
부모의 모습을 한, 너의 모습을 한, 종래엔 나의 모습을 한 채
어린 욕망을 선물하는 그 늙은 여우같은 산타의 툭 튀어나온 배는
우리의 욕망으로 채워졌던 것은 아닐까
올해, 그 넉살 좋은 빨간 산타를 또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