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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Jun 02. 2022

건축과 당신의 로맨스 : 여전히 안녕하신가요?

7호_건축과 로맨스_특별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I

게재 : Vol.7 건축과 로맨스, 2019년 봄

 


각자 꿈꾸었던 건축에 대한 이상화(理想畵)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 이론을 배우고 설계를 하면서 더하고 잘라내고 기워낸 흔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건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5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매 순간 스스로 물어 새로 정의 내리고 기록할 필요가 있다. 사적인 이유에서든, 끝까지 손을 맞잡고 걸어가기 위해서든. 봄을 맞아 건축학도로서의 다른 국면에 진입하려 하는 사람 5명을 만나 ‘건축’과 당신에 관해 물었다. 


지금의 당신에게 건축이란 무엇인지, 당신은 그것을 사랑하는지, 혹은 그와 권태에 빠졌는지, 지금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1. 건축학과 신입생 


건축을 처음 알게된 건 언제였나요?

건축은 주변인들의 영향으로 익숙했고 전시회를 보러 가서 처음으로 봤던 DDP가 매우 인상적이어서흥미를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건축학과를 준비하고 알아보다가 건축과 도시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를 읽게 되었다. 건물 하나만 있는 것보단 맥락 속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게 더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도시공학과로 방향을 틀어서 입시 준비를 했는데 학교 선생님들께서, 시골 애가 무슨 도시공학과냐(/I:예?)고 하셔서 결국 원래 준비하던 대로 건축학과로 진학했다(/I: 아니 진짜로?/네….)


건축을 처음으로 ‘만났던’, 사랑에 빠진 순간이 있었다면? 

아직 입학한 지 3주차(/I: 아…) 배운 게 없어서 건축에 대해 논하기는 좀 그렇다. 고등학교 때 프로젝트로 사보아 주택 비평을 하면서 건축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좋아졌다. 르 코르뷔지에의 걸작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면에서 안 좋을 수 있구나, 내가 아예 범접할 수 없고 따라갈 수 없는 분야가 아니구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부족한 점들을) 고쳐나갈 수 있겠구나. 재밌겠다,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그렸던 건축가로서의 자신, 건축의 이상화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겉보기에 화려한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사람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즐거워하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예브기만 한 건물을,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설계해 보니까 어대요? 판타지랑 다르다거나 하진 않아요? 

입학해서 바로 설계를 하고 공간을 만들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우 추상적인 것들을 배운다. 보이드가 뭔지, 이런 거 배우고, 나도 간지나는 거 배우고 싶다. 


/I: 기초설계1(1-1 설계)에서는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요? 

작년 선배들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이 부분은 오픈이고, 이건 플랜이고’ 식으로 설명했다. 종이를 접어서 공간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종이접기 수업 후에는 철사로도 만들어 봤다. 미술 수업처럼 진행한다.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2학년 선배들 하는 거 보니 정말 힘들구나 싶다. 


건축학과에 다니면서, 입학 이후로 해 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요? 

답사를 다녀 보고 싶다, 대학 가면 동아리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해비타트를 해 보고 싶었다. 근데 모집기간에 술 먹고 과제하다 모집일을 넘겨서…2학기를 노려봐야겠다. 해보려고 했던 건 많았는데 다 귀찮아서 신청을 안 했다. 대외활동으로 골목 정비해주는 게 있었는데 나이제한에 걸려서(/I: 뭐라고요 나이제한? / 아 제가 빠른 01이라서..00년생부터 받더라고요 ㅎㅎ)내년에 해보려고 한다.

 

막연하게나마 생각하는 미래계획이 있나요? 

고등학교 땐 앞의 책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저자가 소속되어 있던 서울시 연구원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지금은 설계를 해 보고 나서 생각하려고, ….설계 괜찮을까요? 2018년 고려대 건축학과 작품집을 받아보니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다들 벌서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그랬지만, 내가 그 정도 할 수 있으면, 자신감이 붙으면 설계를 하고 싶을 것 같다.



2. 2~3학년 건축학부 재학 


건축을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나요? 

11살 때 매우 좋아했던 블로거의 장래 희망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예쁜 것을 아주 좋아했고, 공간을 만지고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나도 그를 따라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 ‘건축가’가 진로 희망이 된 건 자사고에 지원하려고 자소서를 슬 때였다. 이왕이면 확실히 전문적인 것 같고, 있어 보이는 ‘건축가’로 적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서,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니 건축학과에서 인테리어도 배운다고 하고. 


/I: 다른 진로 희망은 전혀 없었나?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그것들에 인생을 몽땅 쏟아부을 필요가 없었을 뿐이지. 내가 건축학과로 온 것은 내가 할 일 중 가장 전문성을 요하고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 건축이었기 때문이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그렸던 건축가로서의 자신, 건축의 이상화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어렴풋이 그렸던 모습은 학자나 철학가에 가까웠던 것 같다. 건축 포럼 등에 다니면서 한국의 현실에 좌정하면서도 가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주로 젊은)건축가들을 보았다. 나도 저 즈음에 저렇게 고군분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여건 안에서 결국 프로젝트를 해내는…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건축을 처음으로 ‘만났던’ 사랑에 바진 순간이 있었다면? 

항상. 고등학생 시절에는 공부할 시간도 없었던 와중 도서관의 건축 도서 섹션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설렜다. 건축가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들에 얽힌 이야기들과 생각을 쏟아내는 게 참 좋았다. 고요하게 그림자 진 사진들도. 딱히 학문적으로 파고들었던 건 아니지만, 여전히 ‘공간을 만지는 일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요즘은 어때요? ㅡ “건축 재밌어요?” 

내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재밌고 그만큼 힘들다. 지금은 좀 지쳤다. 창작의 고통은 이제 좀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끊임없는 마감 행렬에 이젠 신물이 난다. 맑은 정신으로 건축에 몰두하고 싶은데 정신 상태가 좀처럼 도와주질 않아서 그저 닥친 마감을 해치우기에 급급하다. 건축이 재미가 없다. 큰일이야./I: 그래도 여전히 건축이 좋아요?/ 당연하지. 건축은 그대로인데 대학에 들어와서 내가 변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건축을 자랑해 주세요. 

개념적이고 전위적인 건축을 좋아한다. 설계 프로젝트도 아주 개념적으로(Conceptual)진행하는 편이다. 컨셉을 파고 또 파고들어서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내고 스토리텔링을 한다. 그러다 너무 멀리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림을 그리다 와서 내 프로젝트에도 그게 영향을 많이 미친다. 다이어그램, 모델 사진의 보충 전부 핸드스케치로 한다. 설계를 할 때도 노트에 생각들을 죽 적어내리고 옆에 스케치를 그려 넣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킨다. 텍스트의 행간을 읽어내어 스스로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들을 포착하기에 좋다. 효율은 심각하게 떨어지지만. 


/I: 그림도 그렇고 예술 전반, 타 분야에 정말 관심이 많다. 

부지런하지도 않으면서 관심만 참 많다. 평생 심심하진 않을 테니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이야기’ 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해 스스로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고 명명하고 여러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 그중 건축이 내겐 가장 깊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오래도록 할 법한 분야였나 보다. 



3. 휴학생


건축을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나요? 

중학교 때 논술학원 선생님께서 추천하셨다. 전에도 손을 쓰는 걸 좋아했지만 건축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부모님이나 주변인들은 조각이나 예술을 하고, 본인은 이과였으니 둘이 잘 합치면 건축이 될 것 같았다. 순수예술보다 좀 더 실용적인 학문인 것 같고, 수학◦과학도 좋아하니 공대의 미대 같은 건축학과라면 괜찮지 않을까. 


휴학은 왜 했어요? 

‘2학년 설계까지(동아리,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면서)하고 보니 힘도 많이 빠지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인생 방향과 맞게 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건축을 계속할 건지, 다른 어떤 분야로 빠질 것인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휴학만 하면 많은 걸 할 것 같지 않아서 겸사겸사 교환학생 준비도 하고, 휴학만 하기에는 자신을 그리 맞지 않아서(웃음). 지금도 아주 잘 놀고 있다.


미래계획이 있다면? 

건축을 계속할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은 계속하고 싶다. 아직 설계 경험이 많지 않아서 더 두고 봐야겠으나 규모가 큰 설계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작은 것들이 나한테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예 다른 곳으로 빠져 버리고 싶은 욕구도 항상 조금씩 있다./I: 설계에 대한 건 교환학생 이후로 미루는 거고? 거기서 어떤 걸 배우고 어떤 걸 느끼는지에 따라?/ 그렇다. 설계가 너무 재미없고 다른 게 더 재미있으면 다른 곳으로 빠지는 거고. 건축학과 나와서 갈 수 있는 분야는 많으니까. 


건축과 정말로 ‘만났던’, 사랑에 빠졌던 순간이 있었다면? 

/I: 건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든가, 확 꽂히는 순간. / 아직 건축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 같다. 건축이 무엇인지, 건축가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던 때는 있었다. 1학년 때 표현기법 수업을 들으면서는 뭘 하는 건지, 어떻게 설계 작업으로 이어지는 건지 전혀 감이 안 잡혔는데 2학년 때 건물 설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1학년 때 배운 것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되었다. 


/I: 나도. 어느 교수님 스튜디오 1년 들으면서 그림 그리고 콜라주하고 하면서도 대체 이걸 어디에 써먹지? 건축? 설계? 했거든. / 나는 1학년 1학기 설계에 내가 가져갔던 프로젝트를 잊을 수가 없어…


교환학생을 가기로 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교환학생을 가면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고, 거기서 건축 수업을 듣고 새로운 교육을 받으면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찾아보니 교환학생으로 가서 설계 수업을 듣게 해 주는 곳이 많지 않았고 그 중 하나인 스웨덴을 선택하게 되었다. 


/I: 학교는 어떤 곳인가? / 스웨덴에 있는 대학교 중 가장 복부에 잇는 학교다. 겨울에 매우 춥고 눈보라를 뚫고 다닌 곳이라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실내 환경(디자인)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구, 인테리어 등에 치중한 개념일 것 같긴 하지만 어떻게든 설계와도 연결될 테니까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4. 탈건러


건축을 처음으로 ‘만났던’, 사랑에 빠진 순간이 있었다면? 

기억나지 않는다. ……..있었는데 지금 너무 찌들어서 기억이 안 나는 것 같다. 나쁘게 헤어져서 좋았던 기억은 잊어버린 듯하다. 연인과 헤어질 때 좋게 헤어지면 좋았던 추억만 예쁘게 남지만 나쁘게 헤어지면 나쁜 기억만 강렬하게 떠오르지 않나. 후자의 상태다. 


다른 길을 알아보게 된 계기와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들려주세요. 

외부적 요인으로는 3번에 말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고, 개인적으로는 2학년 들어 설계 크리틱에서 back을 연이어 당하면서 본인이 디자인을 잘 못 한다는 생각과 함께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모 교수님과의 트러블도 영향을 미쳤다. 성희롱에 가까운 말들과 미투 운동 조롱 등을 들으면서 인격이 이런 사람이 실력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교수로서, 건축가로서 대우받고 있음에 현타를 맞았다. ★”이상은 제 개인적인 문제고 이걸 보고 탈건 할 생각이 드셨다면 제가 잘못했습니다ㅠㅠ”★


건축을 공부하면서 그렸던 건축가로서의 자신, 건축의 이상화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남자들에게 밀리지 않는 건축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과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남 교수/남학생 위주로 돌아가는 분위기. 


/I: 모 교수님께선 본인이 학부생이었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적어도 물리적인 차별은 없지 않으냐고 하시더라./ 물리적인 차별은 없지…비교군이 그 시대라면 그렇겠지만 그땐 정말 바닥이었잖아. 여자 선배들이 방문하는 학과 행사에서 “여학생들 여기 오면 많이 힘들 테니까 개인적으로 안 왔으면 좋겠다.”, “월급에 대한 기대를 버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래계획이 있나요? 건축을 떠나보낸 소감은? 

토익 잘 치고 피트 붙기. 건축 자체가 아니라 건축학과가 싫어졌을 분이다. 지금도 예쁜 건물을 보면 좋다. 학과에서 배운 것들은 교양 치고 자세히 알고 있는 지식이 된 거지. (“2000만원 내고 교양 들은 거야.”) /I: 나중에 동기들이 업계에 나가면, 프로젝트를 맡고 건물을 지어 올리면 그걸 보고 아련해 지거나 할 것 같진 않아?/ 글쎄 별다른 마음은 안 들 것 같고 순수하게 감탄할 것 같다. 잘 되면 좋고. /I: 나는 순수예술 전공과 예고를 포기하고 건축학과를 위해 일반고를 진학했을 때 한동안 되게 아련해 했거든. 같이 그림 그리던 사람들은 다 예고 갔는데. /나는 그와 비슷하게 성악을 그만뒀었는데 그런 류의 아련함은 성악 외엔 느껴본 적 없다. 악대에 진학해서 그 학교의 건축학도들을 보면 고실 것 같다. 그래도 살면서 언젠가, 어디에선가 건축에 대한 담화가 있다면 끼어들어서 열심히 아는 척을 하겠지. 주변에 건축학과에 간다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미 왔으니 후회하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탈건 의사가 있느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나요? 

늦지 않았습니다! (야 아냐 이거 아냐, /I: 그래 수습해봐.) 남들보다 1,2년 늦는 건 당시엔 크게 느껴지겠지만 인생을 장기적으로 봤을 땐 별거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정말 아닌 것 같다면 다른 길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5. 5학년 졸업반


건축을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나요? 

레고 블록을 가지고 놀던 시기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내 마음대로 ‘구축’하는 경험을 했다. 공간을 내 손으로 만들어내고 그 안에 사람의 삶이나 행동이 담기는 것,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처음 건축을 접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만들어낸 도시에서, 해적선에서, 집에서 사람들의 행위를 가상하며 놀았다. 그것이 건축과의 첫 만남이었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그렸던 건축가로서의 자신, 건축의 이상화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내가 건축을 통해 제안한 행동 양식으로 인해 그 안에서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주택이든 공공건물이든, 내가 구축한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좋은 감정을 느끼고 또 다른 영감을 받게 된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건축물은 없을 것이다. 


졸업 설계 프로젝트가 진행된 바가 있다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루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타임 플랜, 프레젠트 방식(패널/모델/영상/VR/etc.)등 

‘교육’을 다뤄보고 싶다. 단순히 학교라는 건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교육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그것을 물리적 구축물로 표현하는 것이 이번 학기 설계 주제다. 타임 플랜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하루하루 뭐라도 하려고 하고 있다. 패널과 모형 외에도 ‘텍스트’가 들어갈 예정이다. 


/I: 준비하시면, 준비 과정에 들어가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기에 건축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과 정책적인 범위 사이에서 명확히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교수님과 의논해 가면서 그 경계를 명확히 하려고 하고 있다. 초반 명확한 statement를 잡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애를 먹고 있다. 


지난 5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떠오르는 것들을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 건축학도로서의 n년은 어땠나요? 많은 것을 배웠나요? 어떤 생각을 했나요? 설계는 어땠나요? 해 봤으면 좋았을 아쉬운 것이 있나요? 

지금까지 매 학기 설계 스튜디오를 진행해 오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자의적이라기보다는 타의적으로, 원활한 크리틱이 이뤄지기 위해선 내 디자인에 대한 당위성ㅡ명확한 논리가 있어야 했는데,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박 겉햝기식으로 주제 없이 잡다한 것들을 경험했다. 나는 다른 학생들보다 설계에 많이 묶여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건축학과 외의 생활을,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건축 외적인 영역들에서의 경험을 많이 하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본인이 거쳐 온 건축학도로서의 단계들을 뒤서 밟아 오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스스로 건축학과의 범위를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축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꼭 설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떤 일을 준비하기에도 건축학과는 최적의 학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떤 학과보다도 사회와 가장 많은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건축학이고, 따라서 기회의 길이 보다 넓고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직◦간접적인 경험이다. 내일 설계를 잠시 건너뛰더라도 즐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음껏 즐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휼륭한 양식이 될 수 있는 학과가 건축학과다. 그렇게 재밌게, 많은 것을 보고 누리면서 대학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WRITTEN BY

프로잡담러 I | 김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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