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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Jun 27. 2022

집합도시장: 현장프로젝트

9호_건축과 성냥_특별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I

게재 : Vol.9 건축과 성냥, 2019년 겨울

 

집합도시장: 현장프로젝트

<FLOATFORM> 인터뷰


인터뷰 일자: 2019.11.7

인터뷰 장소: 한양대학교 건축관

인터뷰어: 프로잡담러 I, 프로잡담러 Y

인터뷰이: 

 2019 UAUS 비엔날레 기획팀장 및 한양대학교 전시팀장 YGI

 2019 UAUS 비엔날레 기획팀 및 한양대학교 전시 부팀장 KJY



[사진1] 한양대학교 <플로트폼> 현장 프로젝트 전시 copyright Narsilion, Kim Yong Soon



 Q. 한양대학교 작품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Floatform(플로트폼)>은 떠 있는 선형 부재로 시장을 만든 플랫폼이다. 


 지난 5월 18~19일 21개의 대학교가 참여한 UAUS 전시 이후, 선정된 7팀이 서울건축비엔날레에서 현장프로젝트 전시를 하게 되었다. UAUS와 비엔날레의 공통적인 큰 주제는 시장(Market)이었다. 시장의 사회문화적인 재생에 대해 논의하고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UAUS에서 비엔날레로 넘어올 때는 큰 개념은 유지하면서 시장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시장’은 다소 모호한 개념인데, 시장 자체가 도시의 구심점이 되고 여기서 도시가 형성되어 점점 퍼져나가는 과정, 개념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고. 이때 시장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UAUS에서 제시된 시장의 주제는 ‘패션, 취미, 생활, 음식’의 4가지였다. 그중에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패션 시장의 본질이었다. ‘패션 시장’의 범주에서 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동대문시장, 동묘시장이었고 좀 더 큰 개념으로 나아가자면 전통시장의 범주가 아니라 옷을 판매하는 자라(ZARA), H&M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브랜드나 백화점에서는 정갈한 프레임 안 깔끔하고 밝은 조명 아래 옷을 디스플레이한다. 이를 보고 시장의 일차적 기능은 판매인데, 생각보다 치장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묘로 사전답사를 하러 갔을 때는 사뭇 달랐다. 파라솔, 오토바이 핸들, 가스 배관 등에 옷을 걸어두는 상인 분들을 보고 ‘아, 이분들은 (옷을) 걸 수 있는 선만 있으면 다 걸어두시는구나. 그렇다면 (패션 시장의) 본질은 ‘선’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럼 그 선을 분해하고 재조립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떠 있는 선들로 시장을 구축했고, 이를 위해 8면층 모듈과 4면층 모듈을 사용했다. 8면층 모듈은 구조적 역할을 하고 4면층 모듈은 그러한 선들을 더 강조하고 인식시키기 위해, 좀 더 흩날리고 떠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무작위의 형식을 위한 구조체로 사용했다. 분해, 재조립이 UAUS가 내건 조건이어서 모듈화를 한 것이기도 하다. 알루미늄 파이프, 폴리데타늄 두 가지의 재료를 사용해서 쉽고 간편하게 뺐다 꽂았다, 분해되고 재조립되며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


 Q. 시민들이 분해/재조립할 수 있는 건가요?

 할 수는 있다. UAUS때는 도슨트분께서 시범을 보여 주셨지만 비엔날레는 두 달짜리 전시다 보니 그렇게는 못 했다. 대신 시민들이 분해/재조립을 할 수 있다는 걸 어디서 알았냐면, 우리 파빌리온의 파이프 몇 개를 뽑아가셔서…. 야외 전시라 밤이나 휴무일에는 감시가 안 되니 그 틈을 타 파빌리온을 훔쳐 가셨더라. 여기에서 누구나 해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I: 전위적이네요.


 Q.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이며,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UAUS에서 ‘시장을 분해‧재조립을 통해 재구축하여 파빌리온을 만들라’는 같은 주제를 받았지만, 학교마다 다른 형태가 나왔고 각 학교가 생각하는 시장의 개념도 달랐었다. 비엔날레 현장 전시에서도 각 학교의 파빌리온 설명을 읽어보면 그런 점들이 달라서 재미있을 것이다.


  Q. 현대의 시장은 사회문화적 교류의 장보다는 물물거래와 매매의 공간으로서 인식됩니다. 시장의 모습이 변화한 지금 재생되기를 기대하는, 잊힌 시장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UAUS 때 가장 난해하여 헤맸던 내용이다. 먼저 본질적으로 생각했을 때, ‘사회문화적 교류의 장’이라 하면 만남, 사람에 대한 것이고 시장에서 일어나는 물물거래는 경제에 대한 것이다. 이 둘 중 어떤 것을 더 중시할 것인지를, 무엇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지를 생각해봤을 때 우리는 경제적 측면을 인문적 측면이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에 구축된 백화점에 전통시장의 요소를 대어 사람들이 만나서 흥정하며 교류하고 대화하는 것이 재미있다며 중심 개념(컨셉)으로 내세우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한다. 물물교환이라는 단어 자체를 가져와서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경제적 관념이자 체계로서의 물물교환을 가져다 건축적 행위로서 현대의 경제 체계를 이겨보겠다고 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결국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시장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장의 최소단위는 무엇일지, 실질적으로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것과 달리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너무나 당연시되어 잊혀져 있던 부분을 재조명해 보고자 했다. 이렇게 가치를 분해하여 나온 것이 시장의 ‘선’이다. 재조립된 선으로 구축한 형태만으로도 시장이 이뤄질 수 있으며, 따라서 이외의 요소들은 허례허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중심 생각이었다.


[사진2] 한양대학교 <플로트폼> 현장 프로젝트 전시 cNarsilion, Kim Yong Soon


 Q. 시장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선택한 ‘선’이라는 형태를 표현하는 데에 파이프 등의 재료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고, 선택 과정은 어땠나요?

 파빌리온 구축 방식으로 분해/재조립을 선택했기 때문에 구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면서도 가볍고, 연결이 가능하고, 누구나 쉽게 뺐다 꽂았다 할 수 있는 재료로서 알루미늄 파이프를 선택하게 되었다.


 Q. 앞으로 시장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느낀 점이 있나요?

 회의를 하면서 나왔던 많은 아이디어 중 미래의 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시장을 가까이서 봤을 때는 모르지만 멀리서 봤을 때는 시장 자체가 QR코드가 된다든가. 인터넷 시장의 발전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샘플을 직접 보고 그 자리에서 모바일로 바로 주문을 할 수 있는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고도 들었다. 워낙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서 이후의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다.


[사진3, 4] 중앙대학교 <IKIO>, 국민대학교 <감각 場> copyright Narsilion, Kim Yong Soon


 Q. 타 대학의 전시 프로젝트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나요?

 KJY : 서울시립대학교의 <컵플라워> 작품이 인상 깊었다. 외관적으로도 아름답고 구조적으로도 디테일을 잘 살린 것 같다.


 YGI: 동의한다. 서울시립대학교의 프로젝트는 버려진 컵을 이용해서 화분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다른 학교들은 (시장에 대한) 생각을 잘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시립대는 프로젝트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줬기 때문에 스토리가 재미있지 않았나 싶다.


 중앙대학교의 <IKIO: 내가 만드는 키오스크>를 UAUS 때부터 인상 깊게 봤다. CNC 커팅으로 나무를 모듈화해 그리드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분해-재조립이 간편했고 구조적으로 보완한다면 가구 시장에서도 충분히 이용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결부 시스템은 나 또한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 재미있게 봤다.


 국민대학교 <감각 場> 프로젝트는 죽부인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파빌리온을 어떻게 만들지가 궁금했는데 재미있는 돔을 만들었다. 이번 현장프로젝트에서 인기가 많았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찾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인상 깊은 프로젝트였다.


 Q. 하고 싶으신 말씀이나 감상, 작업 후기, 남기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YGI: 프로젝트 진행 내내 날씨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개막식 때도 태풍이 왔고 행사 기간 동안 있었던 네 번의 마켓 행사 중 첫 번째 행사 때도 태풍 링링이 올라왔다. 큰일이 있을 때마다 태풍이 올라왔다.


[사진5, 6] 연세대학교 <풍경재생>, 가천대학교 <받히다, 바치다> copyright Narsilion, Kim Yong Soon


 개막식 이틀 전 오후 예보된 태풍이 개막식 일정과 겹치자 담당 큐레이터(장영철 소장)님이 급하게 연락하셨다. 파빌리온이 날아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니 학교별로 한 명씩 오라고. 가 보니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그물을 치고 끈으로 보양 작업을 했다. 그런데 연세대와 가천대의 파빌리온의 파빌리온은 공중에 높이 떠 있지 않나. 올라가 보면 매우 높고 무섭다. 파빌리온에 그물을 쳐야 하는데 스팬도 길고 아치다 보니 올라가는데 보이지도 않고...


KJY: 그물 구멍이 커서 우유갑에 걸려 넘어가질 않았다. 소장님이랑 친구분이 우유 박스 위에 올라타서 열심히 옆으로 넘겼다.


YGI: 3m짜리 장대 들고 열심히 밀었다. (웃음) 그건 아직도 그물이 걸려 있다. 다른 덴 보양 작업한 걸 다 해체했는데 그건 누구 하나 크게 다칠까 봐, 해체할 엄두가 안 나서. 보양 작업이 끝나고 다음 날 개막식 아침에 장 소장님과 연락을 했다. 태풍 때문에 안 날아갔나 확인하려고 현장에 계신대서 나도 아침에 가 봤다. 도착했더니 가천대 우유 박스 두 개를 깔고 앉아 계시더라.


KJY: “괜찮겠다 야!” 라셨다.


YGI: 차 타고 같이 개막식 보러 가면서 이 자체도 어떻게 보면 구조적으로 재미있는 실험이지 않냐는 말을 했다. 그물이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그물이 없어도 됐는지. 후자라면 파빌리온 자체가 정말 구조적으로 잘 만들어진 거겠지 하고. 작업 후 결과적으로는 그물을 안 쳐도 됐었다는 걸 알게 됐다. (파빌리온이) 되게 튼튼하더라.


I: 성공했네요.


Y: 태풍도 견뎌낸 파빌리온.


YGI: 제목이 나왔네요. (웃음)


Q. 현장 프로젝트가 비엔날레와 UAUS의 협업이 되면서 UAU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UAUS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솔직하게.

KJY: 나는 17년도에 처음 참여했었고 18년도에는 기획단으로, 올해는 다시 한번 프로젝트로 참여했다. 일단... 추천하진 않는다. 만드는 걸 좋아한다면 말리진 못하겠지만 아무래도 한 팀당 16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지 않나. 협업하다 보면 걸리는 것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YGI: 나는 좀 다른 입장이다. 한 번밖에 안 해 봐서 그럴 수도 있지만. 


KJY: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나면 뿌듯하긴 하다! 나는 항상 철거할 때마다 시원섭섭해서 눈물이 난다. ‘벌써 끝났어…’ 일주일 정도만 해도 그렇게 뿌듯하고 힘들고 하긴 하다. 재미... 재미있다. 다른 학교들이랑 언제 이렇게 친해져 보고 학생 때 1:1 스케일 작업을 해 보겠나.


YGI: 나는 이해타산적이라 참여 당시 ‘이게 과연 내가 쏟는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내 마음에 들까? 내가 만족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 이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을 때 ‘하자’가 ‘하지 말자’를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작년 축제 때, 군대에 있을 땐데 휴가 나와서 학교에서 술 먹는데 이 친구가 내년도에 하쟸다. 군인이니까 뭐라고 얘기도 못 하니까... ‘알겠어. 좋아.’ 이 말밖에 못 하니까. 그랬다. 어쩌다 보니 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어서 했겠지만. 힘들긴 되게 힘들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 자체가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공모전이랑은 아주 다르니까. 나는 공모전도 모델 만들라고 하면 힘들고 귀찮다고 안 할 정도로 이해타산적이다. 그런데 이건 1:1 스케일 파빌리온을 만드는 작업이니 얼마나 많은 고민이 됐겠나. 


 공모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모전에서 힘을 투자하는 건 모형을 만들거나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좋은 글을 쓰는 것,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UAUS 프로젝트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그걸 실행하기 위한 예산을 받아내고 주변 사람들과 연락하면서 (예산을) 타내고, 예산 수립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고 실제로 발품을 팔아 뛰면서 어떤 물건이 더 싸고 무엇이 더 우리 프로젝트에 적합한지를 따져보는 등의 세세한 일들에 힘을 쏟아야 한다. 컴퓨터로 계산했을 때와 실제로 했을 때 어떠한 오류/오차가 있는지를 발견하면서 나보다 큰 것을 만드는 작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얕게나마 경험해볼 수 있다. 학생 때 해볼 수 있는 경험으로는 그 자체가 좋아서 한 번쯤 해 보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KJY: 당시엔 너무 힘든데 끝나고 나면 미화된다.


YGI: 술 먹으면 또 까먹고...


KJY: UAUS 자체에 아쉬운 점이라면, 기수가 지나면서 경쟁화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등수를 나누고 여기서 선발된 프로젝트들이 비엔날레에 초청된다는 구조 또한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래 UAUS는 서울에 있는 대학생 연합회로 시작했는데, 서울시가 개입하고 건축(사업)이 개입하면서 등수제가 도입됐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걸 빼자니 동기부여가 너무 안 되니 이해는 한다. 그래도 너무 경쟁체제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YGI: 이름 자체가 축제다. <제8회 대학생 건축과 연합회 축제>. 축젠데 뭐.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는 데에 취지가 있다면 그건 축제와는 안 맞는 방향이지만 만약 ‘너희가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 다 줄 순 없고, 몇 명이라도 그에 대한 보상을 주겠다.’는 의도라면 그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KJY: 딜레마지.


YGI: 아무튼! 이번 비엔날레 전시 참여한 학교들 모두 다 고생 많으셨고, 부족한 기획팀 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WRITTEN BY

프로잡담러 I | 김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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