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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Jul 18. 2022

2030이 선택하는 트렌디한 집

10호_건축과 피크닉_프로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Z

게재 : Vol.10 건축과 피크닉, 2019년 겨울

 


 TV 프로그램과 동영상 플랫폼에서 집을 구하고 꾸미는 컨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원하는 위치, 자본으로 구할 수 있는 여러 채의 집을 추천해준다. 패널들은 의뢰인의 가족 형태, 원하는 공간적 특징 등에 맞춰진 집 여러 채를 둘러보고, 의뢰인에게 가장 적합해 보이는 집을 선정해준다. 어떤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컨셉에 맞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추천해준다. 이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사용자들이 직접 꾸민 방을 자랑하기도 한다. 


노동 시간이 가장 긴 편으로 꼽히는 나라의 노동자답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적었던 20, 30대 청년들(이하 2030)이 COVID-19의 유행 이후로 집을 ‘꾸미는 것’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다. 그들에게 집은 더 이상 “씻고 잘 수 있으면 되는 곳”이 아니라, 매일을 시작하고 보내는 공간으로서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고 바꿔갈 필요가 있는 곳이 되었다. 2020년의 2030들은 어떤 기준으로 집을 구하고 꾸미고 있는지 TV프로그램과 유투브 영상,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살펴봤다.



PART 1. 집 구하기


물론 집을 구하는 것에 이용되는 다양한 매뉴얼들이 있고, 사람에 따라서 격변하는 우선순위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각자가 원하는 조건이 모두 갖춰진 집에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바로 자본금과 매물의 가격 차이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각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겠지만, 특히나 경제적인 자립을 막 시작했을 2030에게 자본금의 부족은 원하는 집을 구하는 것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된다. 특히 노동 인구의 비율이 높은 2030은 노동지가 모여 있는 인구밀집지역에서 집을 찾게 되는데, 이런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작은 조건의 차이가 큰 가격 차이를 불러오기도 한다.


2030이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그나마 2030이 부동산을 ‘소유’했다면, 아마도 복권으로 비유되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는 부모로부터 증여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이 글에서 앞으로 주구장창 나올 2030은 2020년의 ‘보편적’ 2030으로 가정하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아파트 청약은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조건에서 2030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인 기간이 7년 이내인 신혼부부의 경우 특정 조건들을 만족하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신청도 가능하다. 그 때문에 2030에서는 장난스럽게 계약 결혼이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청약 당첨이 괜히 복권으로 비유되겠는가. 당첨되기도 어렵고, 당첨이 된다고 하더라도 잔금을 치루기 위한 수억을 모으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청약 당첨이 되지 않고 이 아파트를 평범하게 매수할 수 있을까? 2020년 기준으로 분양가와 매매가 사이에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크게는 수억에 달하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2030이 아파트를 매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매수하기엔 모자란 돈을 가지고 있으나, 매 달 월세로 나가는 돈이 아까운 2030들을 위해 한국에만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전세제도이다. 이는 부동산 매입 시 자기자본비율이 매우 높은 한국의 금융 특성과 맞아떨어져 만들어진 제도로,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가기도 한다. 안젤리나 졸리의 아들이 한국의 한 대학에 다니게 되어 집을 알아볼 때에도, 전세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안젤리나 졸리가 매우 놀라움을 표현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임차인은 계약 만료 이후에 보증금 전체를 돌려받을 수 있고, 매달 월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서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인에게 전세 제도는 월세 제도에 비해서 좋지 않은 제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왜 전세제도가 보편화된 것일까? 임대인이 아무런 이득 없이 전세 제도를 선택할 리가 없다. 임대인은 매매가에서 임차인이 제공하는 전세 보증금을 제외한 소액만을 이용해 투자하고, 전세 계약 기간 동안의 가치 상승을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얻게 된다.


2030이 LH에서 제공하는 ‘기존주택전세임대’를 이용하면, 수도권을 기준으로 8천만원까지 보증금을 대출받을 수 있어, 자본금 없이도 주거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월 13만 4천원의 임대료로 보증금 8천만원 상당의 집에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보증금 8천만원 상당의 집은 보통 보증금 1천만원/월세 40만원으로 환산된다.  


그러나 2030이 주로 거주하기를 원하는 대학가나 도심지에서는 임대인의 반대로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드물뿐더러, 전세로 나오는 매물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2030은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방을 찾게 된다. 월세방의 장점을 찾아보자면, 낮은 보증금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역시 많은 2030이 매물을 원하는 곳답게, 도심지나 대학가는 형성된 월세의 가격대가 매우 높아 주거비용이 생활비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는 장기적으로 2030의 부동산 매입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원하는 구역과 가능한 자본금으로 몇 개의 후보지가 추려졌다면, 그 중에서도 가장 적합한 집을 골라야 한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집을 고르는 것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 온 가치 중 하나는 바로 ‘향’이다. 풍수지리를 고려하는 전통과 높은 건물 밀도에 기인한 채광에 대한 갈증이 만들어낸 탓일까? ‘남향’은 한국인들에게 집을 구할 때의 가장 필수적인 요건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풍수지리를 고려했던 조선의 문화가 다소 옛것이 되기도 했고, 태양을 대신할 조명기구들이 엄청나게 발달하면서 ‘향’은 2030들에게 과거만큼 중요한 가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TV 프로그램이나 동영상 플랫폼에 개재된 영상에 출연하는 많은 2030들은 향보다 조망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TV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에서 꽤 높은 비율의 2030 출연자들은 ‘한강뷰’나 ‘공원뷰’처럼 창문을 통해 보이는 특정한 조건의 조망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한다. 보통 작은 주거 공간을 점유하는 2030이 공간의 협소함을 망각하기 위해 바깥의 풍경을 필요로 할 수도 있고, 단조로운 공간을 어떠한 노력 없이도 변화하는 바깥의 풍경을 통해 꾸미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바쁜 움직임들을 통해 현실에 대한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도시를 내려다 볼 작은 권력을 취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향보다 조망을 중시하는 2030의 문화는 판상형 아파트가 유행했던 향-중심 시기의 과거와, 타워형의 주상복합과 아파트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의 트렌드에도 맞아떨어진다. 


어떤 조건의 어떤 구역에 위치했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높은 2030들에게는 대중교통과의 접근성, 특히 주요 도심지까지 이동하는 것에서의 편의성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대학생들은 도보로 학교를 오갈 수 있으면서도 편의 시설이 갖춰진 지역을 선호한다. 2030이 집 주변의 편의시설을 특히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숲세권, 몰세권, 편세권 등의 신조어에서도 나타나다. 도보로 스타벅스-버거킹-CGV에 닿을 수 있는 동네를 ‘살기 좋은 동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첫 독립을 원룸에서 시작해 오피스텔을 거치고,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이 과거 2030의 보편적 ‘성공의 꿈’ 이었다면 원룸에서 시작하지 않고 공유주거를 선택하는 2030이 늘어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다. 공유 주거는 보증금이 매우 낮고(2달 치 월세 정도), 계약 기간이 보다 자유로워서 집을 구하는 것이 두렵거나, 원룸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다. 공유 주거는 방에 2층 침대 여러 개를 가져다 두고 기숙사처럼 공유하는 형태가 대표적이지만, 한 방을 한 명이 쓰는 나름의 고급(?) 공유 주거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역시나 가장 많은 2030이 선택하는 것은 원룸이다. 원룸은 독립된 공간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행위가 일어난다. 머무르는 사람에 따라서 공간을 분리했던 한국 전통 가옥의 평면 형태를 고려하면 원룸은 한국적인 주거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손님이 오면 사랑방에 머무르게 할 수 있었던 한옥과 다르게 원룸은 다른 여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것에서 무언가 결핍되었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한다. 때문에 2030에게 거주공간으로 타인을 초대하는 행위는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되어버리므로 집 밖에서 거실, 또는 응접실을 대신할 카페를 찾아 만남의 공간으로 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PART 2. 집 꾸미기


2030은 대체로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벽지나 바닥, 설치된 조명, 싱크대, 붙박이 장 등의 변경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아주 드물게 임대인의 허락을 맡아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업자를 부르거나 집 전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로 임차인이 직접 인테리어 작업을 시공하고, 임대인에게 허락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못을 박는 것은 금지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2030은 제거해야 할 일이 생길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탈부착이 가능한 제품을 이용하거나, 손쉽게 복구할 수 있는 접착 제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협소한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어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화이트톤의 인테리어가 유행하기도 하고, 가격 측면의 메리트(재료 원가, 공임, 셀프 조립이 가능해짐에 따라 저렴해지는 운송비), 부피의 감소, 전체적인 통일감을 내는 것에서의 편리함 때문에 원목이나 기타 재료로 구성된 가구보다는 철제 가구가 선호된다. 


설치를 위해 부차적인 작업을 할 필요가 없고, 이사를 할 때에 쉽게 옮길 수 있는 작은 소품, 무드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조명도 많이 이용된다. 근래에는 빔 프로젝터 등의 생활가전이 보편화되기도 했다. 프로젝터는 TV를 대신해 손쉽게 천장이나 한쪽 벽으로 쏴서 영상을 볼 용도로 사용되는데, 넷플릭스와 왓챠, 유투브 등 동영상 컨텐츠 기반의 어플리케이션과 소셜 미디어가 유행함에 따라 더욱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청소년 세대에서 틱톡 등의 본격적인 동영상 기반의 소셜 미디어가 대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영상을 재생하는 가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도 예상된다. 


협소한 공간에서 모든 생활행위가 일어나야 하므로, 소품이나 필요한 가전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고, 따라서 침대 아래에 수납 서랍이 있는 등의 생활가전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행거에는 극소수의 옷들만 걸고, 보이지 않는 곳에 필요한 것들을 수납해 숨기는 보여주기식 인테리어도 유행한다. 주로 방 전체의 컨셉을 정하고 꾸며가는 것, 또는 가구를 선정하는 것에 있어서 부부의 주거공간이나 대형 평수의 아파트에서 선호되는 ‘럭셔리’나 ‘클래식’과는 다르게 모던함이 추구된다. 아마도 넓은 취향을 아우를 수 있도록 디자인적 요소를 최소화한 물품이 많이 판매됨에 따라 가격이 낮아지면서 다시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PART 3. 집을 채우는 행위 


앞서 언급했듯 2030들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행위는 일종의 공유 거실이라고도 볼 수 있는 카페에서 주로 일어난다.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오는 집, 혹은 방으로 초대하는 사람은 로맨틱한 관계에 있거나, 아주 친밀한 가족, 혹은 친구일 것이다. 아주 친밀한 관계의 누군가를 초대해 함께할 때는 집이 넓은 것보다 서로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나면 서로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확률이 매우 높다. 원룸은 그나마 한 사람이 혼자 거주하기에 가장 적합하므로, 여러 명이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는 것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혼자 하는, 활동적이지 않은 취미생활은 원룸에서 이뤄지기에 가장 적합하다. 특히 요리나 뜨개질처럼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활동의 경우, SNS에 인증샷을 업로드할 수 있어서인지 2030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집을 예쁜 카페처럼 공간을 꾸미고 음식을 세팅하는 해시태그 ‘홈카페’에는 2만여 개의 사진이 업로드되어있다.


한편 COVID-19가 유행하면서 2030에게 집은 집이면서 사무실이 되기도 했다. “집에 가고 싶은데 이미 집이에요.”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휴식과 노동의 공간이 전혀 분리되지 않아 많은 2030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화상 회의를 위해서 방을 치우고 체육복 바지에 정장 상의를 걸친 2030들과 함께, 도저히 효율이 나지 않는 집을 떠나 업무, 또는 공부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카페에 출근한다는 2030들도 있었다. 바이러스가 만약 잠잠해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재택 근무가 계속된다면 점점 협소해지는 주거공간에서 어떻게 공간을 분리할 것인지, 집이 어떤 공간이 되어야 휴식과 효율이 모두 가능한 공간이 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2030의 주거공간으로 협소한 공간을 가정하고 시작하는 것 자체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강남의 아파트 한 채를 사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에서, 2030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렇다면 2030을 위한 주거공간은 어떻게 변해가야 할까. 2030 당사자인, 그리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우리에서 시작될 변화를 상상해본다.

  




WRITTEN BY

프로잡담러 Z | P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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