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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Jul 22. 2022

건축 수업, 우리들의 애증 관계

10호_건축과 피크닉, 일상 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Z

게재 : Vol.10 건축과 피크닉, 2019년 겨울

 


건축 수업, 우리들의 애증 관계 :

건축학과 학생 인터뷰


“Build! Don’t talk.”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남긴 말이다. 아니 왜 말도 못 하게 하지. 깊은 뜻이야 어찌 되었든,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은 종종 이런 말을 듣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설계 마감이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불평불만을 입으로 주저리주저리 되뇌며 컴퓨터를 부여잡고 모델을 만드는 것이 건축학과 학생들의 전형적인 모습일지 모른다. 반면에 그렇게 불평을 하고, 쪽잠을 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결국 프레젠테이션까지 끌고 가 마감을 하고 우리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만큼 건축을 배우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와 슬픔, 뿌듯함에서 무기력함까지 포함될 만큼 복잡 미묘해서, 어느 하나로 딱 단정 짓기 어렵다. 어떨 때는 너무 피곤해서 의욕이 나지 않으면서도 완성될 것을 생각하니 예쁠 것 같아서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하는 우리의 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한편 프레젠테이션에서 결국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은 우리의 감정이 아닌 결과물임이 분명하다. 학생이 아니더라도 종종 건축 관련 매체에서 전하고 있는 건축인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주로 결과물에 초점을 맞춰져서 인터뷰가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그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에 곁 딸려 나오는 부수적인 내용이 되기도 한다. 무슨 대회에서 어떤 상을 탔다거나, 현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창의적인 해법을 냈다거나 그렇게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건축을 배우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애증 관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뷰에 참여한 건축가 혹은 학생들이 그것을 만들었던 과정에서 느꼈을 감정들은 순화되거나 요약된다. 인터뷰에 참여했으면 하하 호호 웃을 일이지, 굳이 불평불만을 우다다 늘어 놀 이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건축을 공부하는 과정은, 단순히 프레젠테이션에서 보여주는 결과만으로 설명되기엔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글에서는 작품에 대한 설명은 잠시 접어두고, 건축을 배우면서 어떻게 살았고, 또 살고 있는지 ‘당신과 건축의 애증 관계’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고자 한다. 물론 ‘증’ 없인 건축을 배우고 설계를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 나의 부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번 글의 포커스는 ‘애’와 ‘증’ 모두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맞추려고 한다. 교수님께 크리틱 때 하소연하면 핀잔만 들을 것 같고, 친구들에게 말하자니 다들 이미 쓰러져 있어 말하기 머쓱했던 학생을 위해 당신의 건축학과 라이프를 짧게 인터뷰한다.



인터뷰이A


-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 건축학과 18학번 A입니다. 어떻게 저를 소개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그냥 할 땐 하고 놀 땐 노는 건축학과 학생입니다.


- 저번 학기는 설계 수업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고려한 성북천 주변의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저희 반은 각자 한 화가의 그림을 컨셉으로 잡아서 진행하였는데 저는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의 〈Composition in Blue〉를 건축적으로 분석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건축적 분석이라니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그림의 구성요소가 무엇이고 그 그림을 딱 그 그림 같아 보이게 하는 에센스(?)를 뽑아내는 과정을 말해요. 그러고 나서는 배리어 프리를 위해 경사로를 이용하여 동선을 짜고.. 주변 사이트를 고려해 인도나 원래 있던 시설물을 발전시키는 도시 계획도 좁은 범위에서 진행했던 것 같아요.


-주제가 다소 추상적이기도 한데, 수업을 들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나, 가장 짜증 났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가장 머리를 싸맸던 건 아무래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그림의 본질적 구성요소를 파악하는 것 아니었나 싶어요. (웃음) 컨셉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참 모호한데, 사이트와 여러 맥락을 고려하면서도 컨셉이라는 본질을 잃지 말아야 하고, 그 와중에 내가 넣고 싶은 구성요소는 넣고 싶고... 이렇게 절충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고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번 학기가 이제껏 겪은 학기 중 제일 힘들었는데 (뭐 앞으로도 계속 최근의 학기가 가장 힘든 학기가 될 거라 예상되지만) 그 이유가 나 자신과의 싸움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싸움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설계에 대한 욕심 때문일 테지만, 어찌 보면 건축이라는 게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죠. 이상적인 건축에 다가가려 하면서도 '이렇게 하는 게 맞냐'고 물으면 예, '아니요.'로 확실히 대답이 나누어 질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계속 나 자신과 타협하고,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님과도,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의견 등 고려할 것들이 많아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네요. 그런데 사실 건축을 배우는 사람들이나 같이 설계실에서 밤새는 친구들이나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버텼습니다.


-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피곤할 때가 많았을 텐데, 주로 어떤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시나요? 아니면 그냥 그 상태로 작업을 하시나요?

- 술 마십니다. (단호) 절대 술. 스트레스 관리가 확실히 언제나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는 정신(?) 도 필요한 것 같고요. 뭐 한가지 문제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계속 빠져들어서 더 스트레스를 받으니깐... 뭐 나름 친구들이랑 욕(웃음)도 하고. 사실 같이 설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사실 제일 위안이 돼요. 좀 못된 발상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는 생기기 마련인데, 그러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인정하고 잠시 산책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저는 특히 예쁜 걸 좋아해서(탐미주의?) 좋아하는 화가나 사진작가의 그림이나 사진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마감하고 애들이랑 같이 술 마시면 스트레스가 확실히 풀리죠. 끝났다 하는 해방감과 함께 수다 떨고 노는 게.


-정신 관리를 하는게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어느 순간 회의감이 오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건축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회의감이 오는건 맞아요. 그런데 그만큼 마감을 하면 뿌듯함도 크죠. 모델같은 경우는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니깐. 판넬의 경우에도 ‘그래도 내가 한 학기동안 이런 내용을 배워서 이렇게 진행했지.’ 하는 걸 보여주는게 매력적인듯 합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사실 건축 자체가 주는 매력이 제일 큰게 아닐까 생각해요.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디자인하는데, 실제로 이게 만들어진다면 어떨지 상상해보는 과정에서 묘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건축가가 지은 건축물에서 먹먹한 감동을 느끼고.. 결국 애증이죠 뭐.(웃음)


-또 방학을 지나면 미화 되잖아요 (웃음) 그러면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공부인데, 앞으로 우리가 건축을 공부하면서 좀 더 즐겁게 공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즐겁게 공부는... 사실 좋아하는 게 제일 편하겠지요? 좋아하는 것이어야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고 알아서 더 찾아보니까요. 건축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다니고 많이 관찰하고 많이 느끼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여행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 멋진 건축물을 보면서 뭔가 ‘아! 이런 거구나’ 감동을 하고 이런 걸 이렇게 써야겠다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뭐 결론은 일상 속에서 영감을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고. 개인마다 스트레스나 고민의 무게는 상이하겠지만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있어야 합니다!


-애증 관계를 안고 사는 건축학과 학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뭐 아무래도 같은 길을 나갈 친구들이니깐 동질감이 느껴지는데(꼭 그런 것만도 아닐 순 있지만…. 여튼!) 같이 힘냈으면 좋겠고. 가끔 정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너무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나는 이 학문이 명확한 답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본인이 하는 것에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B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열심히 건축을 배우고 있는 인터뷰이B입니다. 잡담에서 건축학과 학생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담아본다고 해서 흥미를 느껴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뭔가 교과서적인 수업의 틀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설계는 잘 되어가나요?

-매번 설계 수업마다 달라지지만, 요즘은 조금 잘 안 풀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건축 수업을 들어오면서 이 부분에서 꽉 막힌다거나, 너무 힘든 부분이 있을까요? 수업내용도 좋고 설계 프로세스도 좋습니다.

-수업 내용에서는 처음 컨셉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부분이 조금 힘든 것 같습니다. 흔히 ‘mass development’라고도 부르는 이 과정이 제가 느끼기에는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처음에 설계를 배울 때에는 컨셉을 제시하라고 하지만, 컨셉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설계를 진행하게 됩니다. 물론 컨셉이 어떤 것인지 자세하고 사례까지 들면서 건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신경 써야 되는 요소라고 하는 교수님도 있지만, 컨셉을 그냥 가볍게 여기는 교수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컨셉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컨셉에 대한 어려운 부분이고, 이를 발전하는 과정은 더욱더 힘든 것 같습니다.

 다른 경우로는 이 mass development 단계에서 교수님의 추천이나 권유가 강하게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때 왜 그것이 필요한지 이해 못할 때가 많아요. 스킵플로어를 넣어보자든가, 단면을 다양화하라는 것, 재사용하는 건물에서는 기존 건물을 적극적으로 침입(?)한다든가… 이 또한 과정 중 하나이지만, 어떨 때는 자꾸 다 쓴 치약을 계속 짜내는 기분이 들어요.


-컨셉을 비롯한 설계 수업 전반에 걸친 과정이 교수님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점이 힘들다는 거군요. 그러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본인의 반응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나요?

-가장 먼저, 그리고 크게 와닿는 부분은 설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학년이 낮을 때에는 배운다는 자세로 교수님들의 안목을 최대한 이해하고 배우며 나름의 기준을 잡아가려 합니다. 그 기준이 교수님의 기준과 부합할 때, 교수님은 우리에게 괜찮은 것 같다며 칭찬을 해줍니다. 그러면 내가 설계를 적어도 이 교수님 수업 안에서는 올바른 방향을 가지고 가고 있구나, 하고 자신감을 얻게 되고, 이에 탄력받아 더 많은 아이디어와 더 적극적인 자세, 심지어 교수님과 협상과 토론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는 설계 수업에 있어 진정한 상호소통으로, 올바른 학습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년이 점점 높아질수록 문제가 발생합니다. 계속 같은 교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기에, 이전에 잡아놓았던 기준을 새로운 교수님에 다시 맞춰야 합니다. 이때에는 내가 이전 기준에 맞춰 무언가를 제시해도, 동의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건 아니다, 이건 이런 식으로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고, 결국 계속되는 부정의 메시지는 자신감의 하락과 설계에 대한 본인의 회의감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더 말을 해보자면, 결론적으로 교수님의 수업 간 난이도나 수업방식이 편차가 크기 때문에 여기서 쉬운 설계반이니, 어려운 설계반이니 교수님 성향에 따라 반이 나뉘는 것도 회의감이 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해요.


-맞아요. 내 작품에 대한 평가에 따라 감정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반면에 그런 힘든 순간을 싹 잊게 해주는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설계 수업은 일반적으로 한 학기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날 때 대부분의 학생은 이뤄냈다 하는 성취감을 많이 얻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도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있고요. 다만 저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결과물을 완성해서 해냈다는 그런 순간적인 감정보다는, 내가 한 학기 동안 차근차근 올바른 논리 안에서 건물을 만들어내고, 큰 논리적 오류 없이 건물이 완성되었을 때 더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표적으로 교수님께서 "이거 흥미롭다. 이대로 한 번 쭉 가보자"라고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내가 논리적으로 오류가 없다는 확실한 방증이니까요.


-그러면 좀 더 나아가서, 거창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본인에게 힘든 순간이 많음에도 건축을 계속해서 공부하는 이유가 뭔가요?

-지금의 저에게는 미래를 향한 뚜렷한 목표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목표는 여전히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고, 다만 계속 건축을 하는 이유는 이전까지 제가 건축을 꿈꿔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건축학과의 특성상 학과의 색이 매우 짙습니다. 다른 공대 학과의 경우 배우는 과목이 비슷하거나, 이런 공통성을 가지고 있지만, 건축학과의 경우에는 배우는 과목들이 타과와는 아주 다릅니다. 그렇기에 건축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건축에 관해 대단한 포부까지는 아니어도 확고한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다른 제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고자 건축의 길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건축학과에 진학한 지금, 좋아하는 것을 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과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도 내가 꾸준히 갈망해왔던 길이기에,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이에 책임을 지고 건축이라는 길 안에서 또 다른 답을 찾겠다는 마인드로 계속 최선을 다해 건축에 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열정과 흥미를 계속 느끼기 위해서, 아니면 적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라도 건축을 좀 더 즐겁게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은데, 본인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하지 못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전시를 보러 가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를 만나면서 트렌디한 곳, ‘핫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곳을 가 보는 등 밖을 돌아다니며 주변 풍경을 느끼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건축은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기에 여러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기분 전환도 시키며 주변 공간을 둘러보는 등 여러 이득을 보는 것 같습니다.


-건축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전시회에 가면 과제가 되고, 그냥 가서 즐기면 여가활동이 되니, 애증 관계라는 인터뷰 주제에 적합한 예시 같습니다. 저는 건축 수업의 특징이 이런 애증 관계라 생각하고 인터뷰를 기획했는데, 똑같이 생각하시나요? 혹은 본인이 발견한 건축의 다른 면모가 있을까요?

-확실히 건축은 애증 관계에 있습니다. 아마 모든 예술 작업이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결과물을 얻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결국 완성해낸다는 것이 공통분모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건축은,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열정에 따라 결과물 혹은 과정이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정말 열정적이면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 확신이 넘치지만, 의욕이 없다면 나 자신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건축과 애증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건축학과 학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마 우리는 설계 순간순간의 애증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애증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내가 배우는 이 과목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 흥미가 나의 삶의 절반을 이끌어 갈 정도인지는 아닌 것 같고, 그렇지만 이 외에 마땅한 다른 길도 없어 애증의 관계가 계속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속 애정을 가질 거냐, 아니면 증오를 남긴 채 떠날 것이냐는 계속 돌고 돌며 고민해보는 사람만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 봅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부딪혀보며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그 후에 자신만의 결정을 내리기를 바랍니다.



 뭔가 생각보다 너무 진지하게 빠져들게 되어 답변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그동안 그런가 보다 하고 담아놨던 얘기들을 후련하게 털어낸 거 같아 기분이 좋네요. 덕분에 스스로 가치관을 되짚어 보는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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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잡담러 Z | P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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