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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Apr 29. 2022

건축의 고전적 언어

5호_건축과 향수_책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K

게재 : Vol.5 건축과 향수, 2018년 가을



책잡담 : ‘건축의 고전적 언어’

(원제 The Classical Language of Architecture)


존 서머슨John Summerson.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름은 들어보았을, 지난 세기를 빛낸 건축사가다. 1904년 영국 북동부의 달링턴에서 태어나, UCL을 졸업했고, 버크벡 칼리지에서 가르치며 옥스퍼드의 슬레이드 석좌교수로도 재직했으며, 공공 아카이브 HEA(Historic England Archive)의 전신인 NBR(National Buildings Record)의 창립멤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평생을 고전주의 건축 연구에 바쳤다.




그의 업적에 대해서만도 긴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아마 한국에서는 한 권의 책으로 가장 유명할 텐데, 바로 2016년에 (재)번역된 <건축의 고전적 언어>다. 이 책은 서머슨이 1965년 BBC 라디오에서 진행한 6개의 강의를 책자화한 것이라, 두께도 얇고 서술도 대단히 평이하다. ‘한낱’ 라디오 강의록이 반세기가 지나 지구반대편에서 다시 번역된 셈인데,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짤막한 책자가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아이디어의 카리스마와 새로움에 힘입어 선언적인 방식으로 후대에 영향을 끼친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전건축에 대해서 이 정도 분량으로 뭘 전달할 수 있겠냐 의문이 들 법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 다르다. 페디먼트니, 오더니 하며 배웠던(외웠던) 모든 것들의 의미를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당연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고전건축에 대한 ‘지식’이 갑자기 늘진 않는다. 양식사의 세부를 알려면 더 두껍고 자세한 역사서를 공부하는 편이 낫겠다. 그러나 고전건축의 ‘정체’가 뭔지, 왜 ‘이런 방식으로’ 다뤄지는 지 통찰을 갖는 데엔 최고의 지름길로 봐도 좋을 것 같다.


고전주의에 관해 셀 수 없이 많은 책이 있지만, 이 책의 가치를 대체할 책은 찾기 힘들 것이다. 그게 이 책이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의 번역본이 절판되고도 다시 한번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이유일 것이다. 존 서머슨이 1992년 작고했을 때 인디펜던트Independent지는 이렇게 부고란을 시작했다. “존 서머슨 경의 건축사는 하워드 콜빈이 썼듯 ‘앞선 어떤 것보다 지적으로 뛰어났을 뿐 아니라’, 로이드 그로스만이 썼듯 아주 재미있게 읽혔다.” 이 책에 대한 평가로도 손색없는 말이겠다.




WRITTEN BY

프로잡담러 K | 곽승찬 | ksc2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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