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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Nov 15. 2022

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걸까

14호_건축과 설레임_프로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W

게재 : Vol.14 건축과 설레임, 2021년 봄

 

 


평소처럼 지하철역을 지나가다 낯선 풍경을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라색의 조명 아래 여러 식물들이 길러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지하철 역사에 있는 작은 농장은 다소 이질적이었다. 


최근 도심의 여유 공간에 텃밭과는 다른 작은 농장, 스마트팜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팜은 우리의 일상에서 보다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건축학과 학생들의 졸업전시 작품에서도 꽤나 빈번하게 등장하며, 정부에서 관련 정책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정부에서는 스마트팜을 도시 농업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스마트팜이 건축학도들이 설계에서 논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되고, 국가 정책의 화두가 되는 것은 도시 내에서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팜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ICT 기술을 활용하여 최적 생육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농장”(정정희, 「스마트팜 정책방향」 (2019))


초기 스마트팜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농업 경제 활동의 침체이다. 최근 많은 인구가 도심으로 몰리며 농가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빠르게 유출 되며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자연히 농업소득 감소 및 수출 정체로 이어지게 되었다. 농업 소득이 감소되고 있는 지금, 스마트팜은 농촌의 생산성 증대에 적합한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팜은 적은 투입재와 노동력으로 더욱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으며, 통제된 실내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하기에 기후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스마트팜 경영자, 시스템 개발자 등과 같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경북에서는 5ha 규모의 스마트팜을 통해 상시 근로 28명, 인근 지역 주민 24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스마트팜은 농촌 뿐만이 아니라 도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팜의 파급효과를 알게 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시농업에 스마트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팜이 도시농업에 미친 파급력은 도시 농업의 성장세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경기도 농업 기술원에 따르면 2010년 104ha이던 도시 텃밭 면적은 9년 새 12.7배 증가했으며, 도시 농업 참여자 수는 15만 3000명에서 241만 8000명으로 15.8배 증가했다. 스마트팜 도입으로 인해 도시 농업이 크게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농업 발달을 위해 만들어진 스마트팜은 왜 도시에서도 자리를 잡게 된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도시 농업의 추진 배경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시 농업은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는 농업활동’을 총칭하며(<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2021)), 크게 네 가지 이유로 시작되었다.


우선, 도심 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의 도시는 지나치게 많은 시설과 인구의 밀집으로 환경 문제가 점점 심각화되고 있었다. 도시 농업은 녹화 사업의 일부로 받아들여져, 도심 경관 개선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열섬 현상 방지에도 기여를 한다.


둘 째, 아이들의 친환경적 태도 함양에 도움이 된다. 도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흙에서 식물을 기르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적다. 아이들은 도시 농업을 통해 도시에서 식물을 기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민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여러 사람이 도시 농업에 참여하며 공동체 문화를 회복할 수도, 생산적인 여가활동을 할 수도 있다.


셋 째, 경제적인 부가가치가 있다. 대신 농산물 수확을 통한 경제 활동보다는 부가적인 가치에 집중했다. 도시 농업을 운영, 관리하는 녹색 일자리 창출이 대표적인 기대효과이다. 특히 이는 은퇴 이후 일자리로 활용되어 도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농촌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도시 내에서 작게나마 농업을 경험함으로써 농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농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더 나아가면 농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고 도시민의 일부가 농촌으로 유입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도시 농업은 수확물을 얻는 것보다는 농업 활동을 통한 부가 가치에 집중을 하고 있다. 수확 자체에 집중하는 농촌의 농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스마트팜의 계속되는 도입으로 도시 농업의 행보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스마트팜의 가장 큰 장점은 좁은 면적에서 많은 양의 생산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촌은 ‘많은 양의 생산물’에 주목하여 생산성 증대를 이끌어냈다. 이에 반해 도시에서는 ‘좁은 면적’에 주목했다. 


이전의 도시 농업은 도심 내 여유 대지가 적은 관계로 옥상공간과 같은 자투리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좁은 면적만 차지하는 것과 동시에 실내 환경에서 구축이 가능하여 옥상이나 변두리 땅이 아닌 도심 내의 여러 시설 내부에 구축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복합문화시설 내부에 스마트팜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도심 내 실내 유휴 공간에 스마트팜 도입을 결정했으며, 이에 대한 일환으로 지하철의 빈 공간에 메트로팜을 도입했다. 도심 내 실내 공간 곳곳에 스마트팜이 위치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보다 쉽게 농업을 접하고, 녹색 환경에 상시 노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이 적절한 스마트팜은 배치는 도시 농업의 긍정적인 일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초점이 점차 ‘많은 양의 생산물’로 옮겨지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도심 여유 공간에 생산성이 일반 농사보다 100배 높은 식물 공장을 만듭시다.”(정혁훈, <<”지하철역 스마트팜서 땄어요”...채소가 좋아신 도시 아이들>> (2020))


스마트팜의 활성화와 함께 최근 등장하고 있는 도시 농업에 대한 의견이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던 도시 농업의 기대효과와는 맞지 않는다. 오히려 농촌 농업의 기대효과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과연 도시농업에서 ‘농촌의 기대효과’를 충족하려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이와 같이 도시에서 식물공장을 만들어 생산성이 증대 된다면, 도시민들이 자급자족하여 농산물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스마트팜이 농촌에 설치됨으로써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의견은 현재 도시와 농촌이 서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도시 내에서 1차 산업에서 4차 산업 까지 전활동을 아우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농촌의 모든 콘텐츠를 도시로 가져오려는 것처럼 비춰진다. 농촌에는 농촌만이 지닌 장점이 있으며, 도시 또한 마찬가치이다. 모든 것을 도시로 가져오려는 모습보다는 농촌, 도시 각각의 장점을 파악하고 상호협력하여 나아가려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초기 도시 농업의 추진 배경에 ‘도시민들의 농업 인식 전환’이 있는 것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어느 정도의 스마트팜이 도시에 있는 것은 사람들이 농업에 더욱 쉽고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녹색 환경을 조성하고 싶으나 면적이 부족한 건축물에는 좁은 면적으로도 녹색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스마트팜은 굉장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팜과 연계한 친환경 카페, 청과물 마켓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독특한 형태의 건물을 만들 수도 있다. 도시의 색깔을 적절히 살리며 적용되는 것은 좋으나  본래 농촌의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도입되었다는 점과, 도시 농업의 추진 배경을 잃어서는 안 된다. 도시에만 사람이 거주한다는 시야에서 벗어나 촌과 도시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스마트팜을 이용한 도시 농업이 발전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김소윤 외 8명 (2019). 서울시 도시농업 육성 5개년 계획 연구로 살펴본 한국 도시농업의 방향성. 한국원예학회 학술발표요지

김현태 (2019). 스마트팜 연구 동향. 2019 상주농업기계박람회 세미나

정정희 (2019). 스마트팜 정책 방향. 2019 상주농업기계박람회 세미나

매일경제, “지하철역 스마트팜서 땄어요”...채소가 좋아진 도시 아이들. 2020.07.26.

농민신문, “도시 농촌 균형적 발전 이뤄야 진정한 선진국 도약”. 2020.11.30.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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