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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Mar 14. 2023

답사 : 스타벅스 경동 1960점

2023 봄호 '건축과 커피'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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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철문 같은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드넓은 매장을 ‘세로지르’는 출입로와 거대한 아트워크가 눈에 들어온다. 커피나무를 형상화하고 어쩌고는 별로 관심 없고, 이렇게 깊고 높은 공간을 잘도 무난하게 채웠다는 인상을 받았다. 건축학도답게 시선은 자연스레 천장을 향하는데, 낡은 목재 트러스 지붕 골조를 떠받치고 있는 철골 보강구조가 보인다. 목재는 베이지색, 철골은 적당히 부드러운 회색으로 칠해진 이 구조들은 의외로 스타벅스가 들어오기 전에 완성된 것이다.


 일반적인 검색으로는 찾기 어렵고, ‘경동극장’으로 검색하되 ‘스타벅스’를 제외하는 조건으로 찾아야 겨우 당시 시공업체의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해당 업체는 당시 시공 과정을 유튜브에 남겨 얼마나 스타벅스가 이 공간을 온전하게 드러냈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목재 골조, 조적식 벽체, 뒤가 가파르고 앞이 완만한 다단 객석은 거의 그대로 유지됐음을 알 수 있다.  

    

철골로 내력 구조를 보강하는 작업은 이제 ‘뉴트로’ 내지는 ‘인더스트리얼’ 감성 공간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노후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특성상 현대의 기준에 맞게 안전을 확보해야 하므로, 낡은 벽 대신 안쪽에서 힘을 받을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이 기둥을 새로운 마감재로 덮으면 깔끔하겠지만, 공간 낭비가 치명적일뿐더러 그럴 바엔 새로 짓는 편이 싸다.     


방문 전부터 예상한 대로, 시장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음에도 매장의 분위기, 모습, 심지어 방문하는 사람들마저 자리의 원래 주인인 경동시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한창 입소문을 타고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지나다니지만, 시장 고객과 스타벅스 방문객을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역 방문객의 증가가 단순히 전통 시장의 매출을 올릴 것 같진 않으나, ‘커뮤니티 스토어’로 시장 상인들에게 환원되는 수익을 통해 간접적인 이득을 제공할 것이다.      


개점 시간에 맞춰 자리를 막 잡았을 땐 음악 소리가 지나치게 컸다. 매장 규모를 고려해도 당장 눈에 보이는 스피커만 두 자릿수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이 몰려들자 체감되는 소음은 놀랄 만큼 작아졌다. 층고가 높고 지붕 구조가 복잡하여 음파의 감쇄가 잘 일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쉽게 말해, 높은 나무들이 많은 숲속에 있는 것과 비슷했다. 앉을 자리가 없어진 열한 시쯤에는 인파 규모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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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 : 스타벅스 경동 1960점" 중 발췌


《잡담》2023 봄호 ‘건축과 커피’ 수록


https://link.tumblbug.com/620z9Sxy9xb





 


WRITTEN BY

프로잡담러 T | 김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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