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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Apr 07. 2022

Forms assembled in light

7호_건축과 로맨스_사진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I

게재 : Vol.7 건축과 로맨스, 2019년 봄




건축가는 빛을 아름답게, 효과적으로, 가장 쓸모 있게 담아낼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빛은 시시각각 세기와 색을 달리하고 각도가 변하면 그가 만들어내는 공기의 냄새도 변한다. 건축은 공간을 통해 이를 다루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남향으로 창을 내고 남쪽에 주요 공간들을 배치하지만, 공간의 용도에 따라 빛의 양과 색은 섬세하게 고려되고 계획되어야 한다. 선이 가는 글을 쓰기 위한 작업 테이블에 강렬한 여름 햇살이 정통으로 내리쬐어 봤자 방 한 편의 조그만 그림자에 묻힌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다. 이 테이블에는 수평에 가깝게 흘러 내려오는 저녁 햇살이 해가 지는 냄새와 함께 들어올 만큼의 창이 필요하다.


빛은 그 자체로 계시적이다. 건축물을 어떠한 아티팩트(artifact)로 만들고 그의 생애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은 찰나의 빛과 공기의 색이다. 빛과 그림자가 가장 아름답게 고이게 하는 것은 건축물이 매스 덩어리 이상의 것이 되게 하는 데에 중요한 지점이다. 건축은 시간과 지역과 사회의 맥락,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 안은 빛 안에서 호흡하고 모든 순간에 그에 따라 색채와 모양을 달리 하므로 그 공간을 상상하며 어루만지는 건축가는 인상주의적일 필요가 있다.


매스에 질감이 있는 재료가 부여되는 순간 그것—벽 혹은 바닥 혹은 무언가—은 스스로 빛을 머금는다. 두껍고 거대한 콘크리트 벽체에 빛이 빗기어 들면 그것은 어떠한 오브젝트가 된다. 시간의 흔적을 새겨 가며 영속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그가 사라진 후에도 남길 바라는 것을 거대한 돌에 새겨 왔고 나는 건축 또한 이러한 표석의 속성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WRITTEN BY

프로잡담러 I | 김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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