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앤 테이크 인간관계의 시작
초등학교 시절
11월,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꼭 들르는 곳이 있었다.
주황색 간판의 '센스' 팬시 문구점.
그곳은 그때만 되면 빼빼로 전문점으로 탈바꿈했다.
노트와 펜이 있던 진열대에는 화려한 포장의 빼빼로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롯데 빼빼로부터 이름 모를 캐릭터가 그려진 빼빼로까지.
종류도, 가격대도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빼빼로 데이 일주일 전,
"너 나 빼빼로 줄 거야?"를 외치며 학교 안을 돌아다녔다.
준다고 하면 "그래. 나도 줄게." 하고는 조용히 이름을 적는다.
친목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러나 상당히 계산적인 행동이었다.
문구점에 있는 그 많은 빼빼로 속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철저히 준비를 해가야 한다.
전날 밤, 친구 리스트를 친한 정도에 따라 분류했다.
친할수록 비싸고 좋은 것, 안 친할수록 저렴한 것.
가격대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신중하게 고른다.
개수를 꼼꼼히 확인하고 커다란 봉투에 빼빼로를 한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교실에서 이루어질 물물교환의 장을 기대하며 잠에 들었다.
학교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리스트에 적은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빼빼로를 주고, 또 받았다.
봉투가 비워질 새 없이 다시 채워졌다.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속에서, 때론 예상치 못한 호의에 당황하기도 했다. 계산적이었던 나를 돌아보며 그다음 해에는 좀 더 넉넉하게 준비해보기로 다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 커다란 빼빼로를 건넸을 땐 이게 혹시 고백은 아닐까? 하며 혼자 설레고, 괜스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게 그 시절, 우리의 빼빼로데이였다.
이 모든 기억의 시작에는 '센스'문구점이 있었다.
없는 게 없던 그 문구점은 어느덧 사라지고, 빼빼로를 고르던 내 어린 시절의 추억도 희미해졌다.
어느덧 빼빼로데이가 상술이라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아 참, 받아온 빼빼로는 두고두고 겨울 내내 먹었다.
맛은 하나같이 푸석하고, 먹을수록 울상이 지어지는 맛이었다.(맛은 역시 롯데가 최고다.)
그래도 마음만은 달달했다.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