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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태도는 좋아질까?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한 태도

by 아키세라믹

일주일에 한 번씩 수를 센다.

팔백오십칠 개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자음과 모음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작할 때는 넘치는 기분에 흥분했고, 내 음식에 눈길을 주는 이들의 시선에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했다.


시금치요리는 지난번에 했고, 고등어는 어제 구웠고, 파스타는 제법 손이 많이 갔다. 비 오는 굿은 날에는 내 기분에 따라 미슐랭에서 파전 냄새가 났다. 이러한 태도는 돼먹지 못한 고집을 부리게 했다.


정장차림의 손님에게 내 기분대로 음식을 권했고, 재료가 소진되면 단호한 어투로 손님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공손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는데 내 집에서는 내가 왕이었다.


불친절한 종업원의 태도는 한동안 변하지 않았고 주인의 고집은 언제나 싱거웠다. 음식의 맛은 보편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싱겁고 짠 것은 맛의 범위 안에서 들썽거리며 보편적이지 못했다.


음식의 맛은 누구에게나 적당한 범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적당한 범위는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선을 넘은 조야한 태도는 쉽게 고개를 돌리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맛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 같은 완고한 태도로 조붓한 길에 만족할 뿐이었다.


색의 삼원색을 합하면 검은색이 만들어지고 빛의 삼원색은 흰색을 만든다. 검은색과 흰색은 구분하기 쉽지만 기본적인 원칙을 따르지 못한 경우 이들은 자신만의 색을 결코 보여주지 않는다.


세상을 뿔테 안경을 쓰고 제한적인 사각프레임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적인 고정관념의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뿔테 안경 너머로 제한적인 시각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면서 만족했다.


검은 테두리 안을 통해서 바라보는 시선은 좁을 수밖에 없지만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서 좋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습관적으로 모든 것을 틀 안에 가두는 것이 모두 동일한 행동 패턴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잘못된 습성은 볼썽사납고 야망스러웠다.


음식은 요리를 통해서 존재를 나타낸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목적은 여러 가지 재료를 알맞게 맞추어 적절한 방식으로 음식을 만듦이고, 음식의 맛은 보통의 범위를 위아래로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생각해 보면 검은 테두리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그래서 변화되던가 말이다. 그래서 좁아지던가 말이다.

나의 시선이 애써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만족일 뿐 아무것도 가두지 못하고, 크게 하지도 못하는 것을 굳이 말해야 할까 싶다. 그러다 보면 못된 성질로 불뚝거리는 자신을 보게 되니 그러지도 말아야 할 일이다.


지금 이 사람은 스스로 반성하고 좀 더 발전적인 자아를 만들려고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인지 나는 궁금해진다.

보편적인 음식의 맛처럼 변하지 않는 검은 테두리 안경 속의 시선처럼.


물론 나의 태도를 반성하고 돌아보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시선은 입체화하고 어휘는 최소한의 의미를 찾고, 무엇을 말하려는지 늘 고민하고, 나의 시선은 둔필승총(鈍筆勝聰)의 태도 속에서 가치를 찾고.


사랑하는 작가를 마음에 두고 오늘도 나는 문장의 띄어쓰기를 걱정하고, 같은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와중에

도 따뜻한 시선을 나누어주는 이웃의 관심에 행복해한다.


그래서 나의 무지를 반성하고, 보편적인 맛을 지닌 음식을 만들고 싶어 하고, 넓은 시선 속에 마음을 담으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좋아질까 싶어서.......



[사람의 두뇌는 편안한 곳을 안전한 곳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편안한 곳은 위험한 곳이다. 변화를 가로막고

그 자리에 머물도록 정체시키고, 결국 더 큰 위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 수전데이비드]




조야하다 : 거칠고 조잡스럽다.

들썽거리다 : 가라앉지 않고 자꾸 어수선하게 들떠 움직이다.

조붓하다 : 조금 좁은 듯하다.

야망스럽다 : 아이가 오기를 부리는 태도가 있다.

불뚝거리다 : 무뚝뚝한 성미로 갑자기 자꾸 성을 내다.

둔필승총 : 어설픈 기록이 총명한 기억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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