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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악질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by 아키세라믹

삼사십 대 작가의 고민을 만날 때 내가 너무 늦었다는 고민과 마주한다.


이제 어휘를 눈에 담고 문장을 마음에 담아 글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너무 낮아 보인다.

쓰겠다는 확신은 모두가 하는 것이고 노력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기회일 뿐이다.


방정맞은 꿈도 적절한 시기를 생각하고 담아 둘 수 있는 것이다. 과한 욕심이 주는 불편함을 모른 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욕심이 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모든 것은 끝없는 성찰과 노력이 길을 이끄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때때로 욕심이 그렇게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도 알아야 한다.


즐겁자고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만지작 거리는 것이 욕심인줄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죽어 나자 빠질 일이 아니면 대개 처음 일은 재미있다. 하지만 중간쯤에 즐거움이 작은 강박으로 바뀌면서 해도 안 해도 그만으로 뒤집어지는 사태는 빈번하다.


그만그만한 것으로 바뀌는 것은 그래도 견딜 만 하지만 그만 하자로 바뀌면 뒤따라오는 열패감은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대개 이런 소리는 짧고 작으며 단호하다.


누가 등 떠밀어 시작한 일이면 큰일 날 일이지만 깔끔하게 몸단장하고 곱게 바른 분단장이 흩어지기 전에 제 발로 나선 길바닥에서, 발로 차버린 돌멩이처럼 애잔해진다면 비루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도 시작은 즐거웠다고? 이만하면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했으니 충분하다는 자기 위로는 명징하게도 어쩌면 그렇게 선명한지 모른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한가지 일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징징거리는 태도를 전환하고 나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방지턱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천천히 가라는 신호이며 넘고 나면 다시 평탄한 길이 보인다. [코나조아]

나는 이 시간을 근거 없는 낙관의 삶으로 이끌어 갈 것이며 바라는 대로 글을 쓰고 사람들의 마음을 세우는

일을 하고 이제는 쓰는 삶이 쓰임 받는 삶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 집현전 : 브런치 스토리]


나의 어휘는 오랜 시간을 고민해도 스스로 떠오르지 않는다. 아름다운 문장이 고통 속에 저 혼자 스멀거리고

올라온다면 나는 내내 그 속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주어지는 것은 없다.


아직 토악질은 시작전이다. 과음했거나 급하게 먹었거나 과한 행동의 반사적 행동으로 토악질은 시작된다.

하지만 나의 헛구역질의 원인은 없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악질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토악질이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행복하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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