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의 막내다. 일곱 마리 중 여섯 마리가 분양된 후 마지막 남은 한마리다. 미미 이후론 더이상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이름을 부를 때 마다 느끼는 정의 무게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냥 "애기야~" 라고 불렀는데 결국 그게 이름이었다.
미미는 두번의 출산을 했고, 모두 일곱마리씩 낳았다. 아래 사진은 두번째 출산에 태아났던 아이들인데, '애기'를 제외한 여섯마리가 모두 좋은 주인을 만나 떠났다. 내 눈에는 '애기'도 무척 예쁜 아이인데 흔한 삼색이 코숏이라 선호되지 않았구나 싶어 좀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엄마인 미미 곁에 한 마리쯤 남아 있어도 좋겠다 싶었다.
이 아이가 어려서 며칠 동안 사라진 적이 있어 애를 태우기도 했었다. 정확히는 8일 동안이었다. 한달 막 지나 다른 새끼들 다 분양하고 얘 한 마리 남았었는데 그로부터 한달 후 쯤 독립할 수 없는 시기에 미미가 데리고 나갔다 잃어버리고 미미 혼자 들어온 것이었다. 그때 주변을 헤매며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모른다. 행여나 맨홀 같은 데 빠졌을까 싶어서. 맘이 참 안타깝고 힘들었었다. 그리고 8일 후 이 아이가 꾀죄죄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얼마나 반갑고 기뻤던지!
그 후 다행히 잘 자라서 성묘가 되었는데 다른 길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내 손을 타지 않았다. 나도 연연해 하지 않았고.
밥 주는 길고양이가 7~8마리 인데, 그중 절반인 4마리가 차례로 눈병에 걸리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서로 접촉하고 햝아주다 보니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먹이로 유인해 붙잡아 3마리는 각각 시간차를 두고 병원에 데리고 가 처방을 받아 치료를 했고, 나머지는 그냥 통조림에 약을 타서 먹이며 치료했다. '애기'도 걸렸었는데, 어려서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비교적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 길고양이들이 맘고생, 돈고생까지 시킨다. 약 값 비싸다. 그래도 친절하고 자상한 수의사님 덕분에 효과를 보고 지금은 모두 다 나았다.
이 '애기'가 작년 7월 28일생이니 이제 만 10개월이 됐다. 그런데 아래 사진처럼 얼마전까지 배가 볼록해진 채 돌아다니길래 혹시나 했다. 이미 고양이 출산에 몇번의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곳에서 낳길 바랬다. 고양이 산후 조리는 더이상 안했으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매일 오던 이 아이가 한 며칠 안 보이다가 오늘 왔는데 배가 홀쪽해져 있었다. 어디선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낳은 걸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 짠한 맘도 들었다. 새끼들 건강하게 젖 먹이려면 엄마도 영양식을 먹고 건강해야할 텐데.. 하는 맘이 들어 캔 하나 까줬더니 깨끗하게 비우고 갔다. 그럼 이제 2년 2개월 된 미미는 할머니가 됐구나. 생애 주기가 참 짧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자연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인가 싶다. 감정을 이입하지 않더라도 생명 자체가 참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다. 고양이나 강아지는 물론이고, 곤충조차도 그렇게 보인다. 이제 엄마가 된 '애기'의 새끼들이 건강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