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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May 31. 2020

엄마가 된 애기

미미의 막내다. 일곱 마리 중 여섯 마리가 분양된 후 마지막 남은 한마리다. 미미 이후론 더이상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이름을 부를 때 마다 느끼는 정의 무게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냥 "애기야~" 라고 불렀는데 결국 그게 이름이었다.

생후 3일차 몸무게를 쟀다. 길고양이 미미가 낳은 일곱 마리중 막내였다. 



 미미는 두번의 출산을 했고, 모두 일곱마리씩 낳았다. 아래 사진은 두번째 출산에 태아났던 아이들인데, '애기'를 제외한 여섯마리가 모두 좋은 주인을 만나 떠났다. 내 눈에는 '애기'도 무척 예쁜 아이인데 흔한 삼색이 코숏이라 선호되지 않았구나 싶어 좀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엄마인 미미 곁에 한 마리쯤 남아 있어도 좋겠다 싶었다.






이 아이가 어려서 며칠 동안 사라진 적이 있어 애를 태우기도 했었다. 정확히는 8일 동안이었다. 한달 막 지나 다른 새끼들 다 분양하고 얘 한 마리 남았었는데 그로부터 한달 후 쯤 독립할 수 없는 시기에 미미가 데리고 나갔다 잃어버리고 미미 혼자 들어온 것이었다. 그때 주변을 헤매며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모른다. 행여나 맨홀 같은 데 빠졌을까 싶어서. 맘이 참 안타깝고 힘들었었다. 그리고 8일 후 이 아이가 꾀죄죄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얼마나 반갑고 기뻤던지!

이 때가 생후 2개월 10일 쯤 됐을 때다. 혼자 8일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지만 살아 돌아온 게 그저 대견한 뿐이었다. 이때는 그래도 내가 붙잡는 게 가능할 때였다.





그 후 다행히 잘 자라서 성묘가 되었는데 다른 길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내 손을 타지 않았다. 나도 연연해 하지 않았고.

'애기'가 생후 5개월쯤 되었을 때다. 워낙 날쌔서 만질 수도 없는 아이를 좀 멀찌감치서 줌으로 찍었다.




밥 주는 길고양이가 7~8마리 인데, 그중 절반인 4마리가 차례로 눈병에 걸리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서로 접촉하고 햝아주다 보니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먹이로 유인해 붙잡아 3마리는 각각 시간차를 두고 병원에 데리고 가 처방을 받아 치료를 했고, 나머지는 그냥 통조림에 약을 타서 먹이며 치료했다. '애기'도 걸렸었는데, 어려서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비교적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 길고양이들이 맘고생, 돈고생까지 시킨다. 약 값 비싸다. 그래도 친절하고 자상한 수의사님 덕분에 효과를 보고 지금은 모두 다 나았다. 









이 '애기'가 작년 7월 28일생이니 이제 만 10개월이 됐다. 그런데 아래 사진처럼 얼마전까지 배가 볼록해진 채 돌아다니길래 혹시나 했다. 이미 고양이 출산에 몇번의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곳에서 낳길 바랬다. 고양이 산후 조리는 더이상 안했으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원래 '애기'는 미묘인데다가 자기 관리도 잘해서 늘 깨끗했었는데, 임신한 이후로는 몸이 힘들었는지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해 꾀죄죄하게 다녔다. 








매일 오던 이 아이가 한 며칠 안 보이다가 오늘 왔는데 배가 홀쪽해져 있었다. 어디선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낳은 걸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 짠한 맘도 들었다. 새끼들 건강하게 젖 먹이려면 엄마도 영양식을 먹고 건강해야할 텐데.. 하는 맘이 들어 캔 하나 까줬더니 깨끗하게 비우고 갔다. 그럼 이제 2년 2개월 된 미미는 할머니가 됐구나. 생애 주기가 참 짧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자연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인가 싶다. 감정을 이입하지 않더라도 생명 자체가 참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다. 고양이나 강아지는 물론이고, 곤충조차도 그렇게 보인다. 이제 엄마가 된 '애기'의 새끼들이 건강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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