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원용 May 18. 2020

심플한 건축을 닮은 스툴

며칠 전 버려진 목재로 벤치를 만든 이후 이번엔 자작나무 합판으로 스툴(stool)을 만들었다. 모티브는 '가장 심플한 건축을 닮은 가구'였다. 건축의 3요소는 기능, 구조, 미(美)다. 가구의 3요소도 건축과 같다. 그래서 나는 '건축은 큰 가구고, 가구는 작은 건축이다.'라고 정의한다.


작은 건축인 가구를 디자인할 때도 당연히 기능, 구조, 미를 생각해야 하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하나라도 빠지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뭔가를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덜어낼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낸 절제미가 있는 디자인이다. 이번 스툴도 그런 생각을 갖고 디자인했으며 만들기도 쉽게 했다. 재료는 두께 24mm 자작나무 합판이며 접착 방식은 본드와 8개의 나사못이다. 샌딩은 #120, #180, #320, #600 사포로 했고, 마감은 왁스가 섞인 가구 오일 2회를 도포했다.


스툴로써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존 의자와 높이를 맞추었고, 엉덩이가 닿는 면적을 비교적 넓게 했더니 착석했을 때 느낌이 보기보다 훨씬 좋았다. 마감의 매끄러움도 한몫한 것 같다. 구조의 심플함과 안정성을 위해 직각을 잘 맞췄지만, 아름다움과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지면과 만나는 마지막 부분의 면적을 줄인 경사각 다리로 디자인했다. 한쪽 면 다리 두 부재의 사이에 재료 두께만큼의 틈은 '사이'라는 매력도 주지만, 짜맞춤을 포기하고 선택한 '단순함'을 추구한 결과다. 이는 재료가 여러 개의 켜가 있고 치밀한 조직의 단면을 가진 자작나무 합판이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심플한 건축을 닮은 가구. 내가 처음 만들어 본 스툴이다.




기능, 구조, 미를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기에 역설적으로 덜 기능적이고, 덜 구조적이며, 덜 아름답다. 그게 디자인 콘셉트이었다.



더 덜어내고 싶었지만, 개념에 충실하려는 마음이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 줬다.
가장 안정적이며 가장 기능적이다.
숨길 것도 가릴 것도 없는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이다.




어딘지 모르게 약간의 미련이 남는 디자인이지만, 개념에 충실하고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스툴을 만들면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점은 하고 싶은 대로 구현을 했다는 것이다. 나 혼자 만족하면 작품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만족을 줄 수 있다면 제품 또는 상품이 되겠지. 뭐든 좋다. 일단 하나는 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민들레 차를 마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