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며칠 동안의 작업 과정을 그때마다 적은 것이라 시간의 갭이 있다.
막 쓰는 용도의 테이블을 하나 만들고 있다. 소재는 캄포인데 옹이도 있고 갈라짐도 있어 퀄리티가 썩 좋지는 않다. 폭이 좁아 집성을 했는데 사이에 끼운 월넛은 전에 쓰고 남은 진짜 자투리라 두께도 더 얇고 중간에 톱 자국도 있다. 이런 기회에 사용하지 않으면 그냥 쓰레기가 되거나 난로의 땔감이 되고 말 것이다.
다리는 이제 디자인을 하겠지만 소재는 역시 재활용 목재를 이용할 생각이다. 사용하다 보면 캄포는 캄포대로, 월넛은 월넛 대로 또 다리의 소재는 그들대로 각각의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어찌 됐든 테이블에서 올라오는 캄포의 향기는 기대가 된다.
막 쓰려고 만든 책상을 가조립했다. 만들면서 실수하지 않으려 3차원 도면도 그렸는데 어이없게도 몇 번의 실수가 있었다. 도면은 맞게 그렸는데 실제 가공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 도면을 출력하지 않고 노트북으로 보면서 하다 보니 정확히 체크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다음번엔 반드시 출력해서 부재별로 몇 번이고 확인하며 작업해야겠다.
사용된 목재는 캄포 상판을 제외하고 모두 폐목재나 땔감 중 쓸만한 것을 골라 각재로 가공해 만들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는데 좀 아쉬운 느낌도 든다.
형태는 심플하고 간단한 것 같은데 의외로 시간이 꽤 걸렸다. 결합 부위의 짜임새는 상당히 타이트하고 좋은 편이다. 코로나 시대 가르치는 일을 못 하다 보니 나 스스로를 교육하고 있다. 남을 가르칠 때 보다 만족도가 더 높다. 완전 조립은 내일 오후에 할 예정이다.
책상을 일단 완성했다. 심플하지만 긴장감 있는 형태로 디자인했는데 구조적으로는 일반적 형태의 다리가 있는 것보단 흔들림이 있다. 내가 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기성 상품에 이런 디자인이 없는 것은 필시 클레임이 생길 법하기 때문이다.
소재의 선택도 매우 중요함을 느꼈다. 바닥과 책상 하부를 받히고 있는 밝은 색 목재는 은행나무인데 만들고 보니 너무 부드럽고 물러서 구조재로써 적합하지 못했다. 오히려 두 개의 기둥을 만든 고재 홍송이 훨씬 안정감이 있는 재료였다. 갈라지고 벌레가 파먹은 구멍이 많이 생겼어도 100년 동안 집을 구성하고 있던 기둥 부재였으니 안정감이야 이미 증명된 것 아니겠는가.
흔들림을 잡기 위해 바닥 쪽 하부에 부재를 끼워 보강했다. 최초의 디자인에서는 없었던 부재를 바닥에 하나 더 만들어 댔더니 좀 낫긴 하지만 소재 자체가 가진 특성 때문에 완벽히 잡히지는 않았다. 새로운 디자인의 시도는 늘 어렵다. 그래서 대개는 긴장감 대신 안정감을 택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흔들림을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일단 방법은 구조재를 하드우드로 바꾸고 기본을 따르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작가의 디자인 의도를 잘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첨예하게 균형을 이룬다면 좋은 작품이 태어나지 않을까 싶다. 해 보자!
바닥 쪽 하부에 보강을 했음에도 약간 기우뚱하며 흔들림이 있다. 구조의 안정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해체해 경사 부재에 변화를 주고 다시 시도해 본다. 재료의 강성을 높일 수 없기에 구성 방식의 변경을 통해 강성을 높이려 한다. 기존에는 하나였던 부재를 V자형으로 바꾸고 지지점도 옮길 생각이다.
간단히 만들어 막 쓰려고 시작했던 책상에 며칠을 매달렸다. 결과물을 보면 별거 아니지만, 사실 디자인 욕심이 컸었다. 단순하면서도 쨍한 그런 디자인. 처음 디자인한 것이 그랬는데, 만들어 보니 구조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었다. 약간의 보완을 통해 개선해 보려 했지만, 그것도 만족하지 못해서 또다시 개선안을 만들었다. 물론 최초의 디자인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과적으로 약간 복잡해지긴 했지만 의도한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구조의 안정성도 잘 확보했다. 익히 아는 바지만 역시 새로운 디자인은 고통을 수반한다. 기계만 받혀준다면 직각이 제일 쉽다. 그에 비하면 2차원의 사선과 곡선은 난도가 높다. 물론 3차원의 사선과 곡선은 더 어렵다. 이번 책상의 경사기둥 사선이 3차원이라 어려웠다. 이미 만들어진 형태를 그대로 두고 보완하는 것이라 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합 부위가 쨍하지 못하다.
원래 있었던 사선 기둥을 제거하니 장부 구멍 판 자리가 보기 흉했다. 그래서 그 부분 부재를 일부 남겨 실수를 기억함과 동시에 기능을 추가했다. 아래쪽은 돌기처럼 만들어 발바닥 지압 기능을 부여하고 발바닥을 얹어 봤는데, 무척 시원했다. 윗부분은 고리를 걸 수 있게 만들어 필요할 때 뭔가 걸어둘 수 있도록 했다. 만들고 보니 둘 다 있으면 좋음직한 것들이었다. 잘 쓸 것 같다.
재료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상판은 캄포 집성이고 중간에 월넛을 끼워 붙였다. 상판을 받히거나 지면에 닿는 밝은 색 수평 부재들은 은행나무인데, 난로에 들어갈 땔감 중 몇 개를 각재로 만들어 사용했다. 좌측의 기둥 2개는 100년 된 한옥에 쓰인 기둥을 가공해 만들었고, 그 사이에 끼운 갈색의 작은 부재와 사선의 V자 기둥은 이름을 모르는 허드레 목재를 다듬은 것인데, 매우 단단한 하드우드다. 추가로 만든 사선의 검은색 가느다란 목재는 흑단이다. 워낙 단단해서 구멍을 뚫다 몇 번이나 빠개지는 바람에 여러 번 작업했다. (양쪽 끝부분에 지름 3mm 구멍을 뚫고 황동봉을 촉으로 끼웠다.) 하드우드끼리의 결합이라면 짜맞춤을 했을 때 결합 부위가 단단하게 고정이 되겠지만, 소프트우드는 반턱맞춤을 했음에도 약간의 움직임이 생기는 바람에 추가로 나사못을 사용했다. 물론 상판도 나사못으로 고정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기억해둘 만한 굵은 실수들이 몇 번 있었다. 다음에는 그런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기억나겠지? 소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작업은 폐목 활용 차원에서 의도적인 선택을 했지만, 원래는 가급적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소재로 작업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고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리 부위에 강성이 좋은 철물을 이용했다면 훨씬 심플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재료의 물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나는 철을 만지면 손끝이 갈라지는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철 작업을 가급적 안 하고 있다.
이후 책상에 조명을 걸 수 있는 스탠드를 추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