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은사시나무를 자른다 하길래 뭔가 쓸 데가 있을 것 같아 사놓은 지 2개월쯤 된 것 같다. 그런데 잘린 몸통에서 얼마 전부터 싹이 돋아 자라기 시작했다. 다른 몸통들은 햇빛을 받으며 마르고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싹이 난 몸통은 마침 위에 다른 게 놓여있어서 이것만 덜 말랐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시 심어 줄 것은 아니기에 언제까지 자라는지 두고 보고 있다.
지난 2월에 블루베리 화분을 6개 샀는데 특이한 녀석이 둘 있다. 하나는 5월이 다 지나도록 싹을 틔우지 않아 죽은 줄만 알았다. 농장 방문했을 때 파놓고 뿌리를 공기 중에 오래 방치하고 있던 나무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 그걸 판매한 것 같다. 나무가 죽은 것 같다고 바꿔 달라고 했지만 좀 더 기다려 보라고 하길래 두고 보고 있었는데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늦은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열 개가 넘는 줄기가 다 마른 줄 알았는데 곳곳에서 여린 순들이 올라오고 있다. 싹이 나지 않았어도 열심히 물을 주고 돌본 보람이 있다. 꽃도 몇 송이 폈는데 올해는 열매를 거의 못 얻겠지만 내년에는 건강하게 생육해서 열매도 많이 맺어 주길 바란다.
또 특이한 한 그루는 꽃이 엄청나게 많이 피었다. 부지런한 호박벌들 덕분에 99% 정도 열매도 맺혔지만, 열매가 너무 많아 크기는 작은 편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잎의 개수가 매우 적다. 잎이 많아야 광합성도 활발하게 하고 열매도 튼실해질 텐데 적어도 너무 적은 것이다. 나무가 자신의 건강에 신경 쓰기보단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올해를 지나고 내년에 다시 봐야 되겠지만 나무의 건강에 이상이 없기를 바란다.
화분 뒤쪽으로 작년 9월부터 애정 하며 차로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 환삼덩굴이 자라고 있다. 작년에 워낙 많이 만들어서 아직도 꽤 남았다. 입맛에 맞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열심히 마시고 있는데 여름 이후 충분히 우거지면 그때 다시 만들 생각이다.
미미도 따뜻함을 즐기며 여유 있게 늘어져 있다. 새삼 생명이 참으로 신비하게 느껴지는 햇살 좋은 오후다.
#원용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