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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May 07. 2016

직업 큐레이터를 시작하려는 분과 통화를 마치고...

좀 전에 직업 큐레이터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에게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는데, 요지는 전공이 건축이 아니지만, 건축을 배워서 직업 큐레이터로 활동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직업 큐레이터란 주로 중고등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 직업진로교육에 도움을 주기 위한 새로운 직업이다. 최근 각 지자체별로 직업 큐레이터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주로 직업 단절 여성, 즉 직장 생활을 하다 출산 육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그 대상이며, 충분히 사회활동이 가능한 아까운 인재들이기에 새로운 사회 활동의 길을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가르치는 대상이 그들의 자녀 또래이기 때문에 애정으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직업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직업을 단시간 경험하고 배운 후, 가르치거나 소개할만한 일의 종류가 얼마나 많을지는 잘 모르겠다. 현업의 상황과 고충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단순 소개하는 정도라면 지속가능성이 약해질 수도 있으며, 현장 밀착성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개인이 돌파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OO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약 20명 정도의 직업 큐레이터 과정을 수강하던 분들을 지도한 적이 있다. 직업 큐레이터 과정을 수강하는 수강생들 3~5명이 한 팀이 되어 원하는 직업에 대해 조사 발표한 후 채택된 직업에 대해 함께 배우고 체험을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당시 <조아저씨 건축창의체험>을 소개한 팀이 채택되었고, 그게 인연이 되어 내가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매우 열심히 참여했었고, 나도 의미가 있다고 공감했기에 더 잘 가르치려 노력했다. 실제로 한 두 차례 직접 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학교 현장의 상황도 함께 경험하며 뿌듯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그들 중 소수만이 일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았다. 특정 소수만 상대하던 주부로 오랜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사회인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터이다. 한편 생각해 보면 그조차 사회생활의 일부이기에 훈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취지로 시작된 이 일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 직업 단절 여성들이 초기에 어려워하는 부분을 지자체 또는 주관 단체에서 디딤돌을 놓아 도움을 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특히 새로운 직장 또는 그 일을 하는 전문가와 연계하거나 제안하는 것을 개인이 아닌 단체 명의로 하면 어떨까 싶다. 제안받는 입장에서도 개인보다는 공신력 있는 단체와 소통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내가 <조아저씨 건축창의체험>을 쉽지 않은 상황 가운데서도 놓지 않고 계속 진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건축문화 선진국이 되길 진정으로 소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건축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언제까지 혼자서 할 수는 없기에 자발적으로 이 일을 배워 가르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물론 건축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분들이기에 한계가 있겠지만, 그 한계 내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충분히 잘 가르칠 수 있다. 


아무튼 오늘 그 분과의 짧은 대화는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렇게 글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 OO시에서 만났던 직업 큐레이터님들의 안부도 물어볼 참이다. 지금도 잘 하고 계시기를 바라며...




사족 : 건축사 직업 큐레이터를 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제가 진행하는 '자기인생 건축가체험'에 참여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건축의 인문학적 속성과 기초 과정을 배우실 수 있습니다.

http://archijoe.com/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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