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교육'이란 말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흔히 사용한다.
그런데 과연 산교육이란 뭘까? 체험학습을 한다고 산교육이 될까? 나는 산교육이란 '사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이라 정의한다. 그럼 사는데 도움이 되게 하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바로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인 '식의주'와 이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초등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식의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나? 만약 있다면 잘 가르쳤고 잘 배운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교육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유치원에서 하는 교육을 잘 배우면 일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치원에서야 말로 사람의 삶을 위해 아주 중요한 기본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유치원 교육의 내실이 지금보다 더욱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자신과 가족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식의주를 해결하는 줄(방법)이 끊어지지 않도록 염려하며 살기 마련이다. 장사가 잘 되길 바라고,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사업이 망하지 않도록 염려하며, 농사를 실패하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든 일이 그렇다. 이런 일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낫기에 사회를 구성하며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게 된다.
그런데 사람이 만약 '식의주'를 스스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인생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어지게 된다.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은 사회를 떠나 고립된 생활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떠한 환경을 만나도 '자신감'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더욱 잘 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즉 자아실현이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식의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자아실현을 하고 사는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주변에서 찾기도 쉽지 않다. 우리 사회가 그럴 기회를 마련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식’과 ‘의’는 여러 경로를 통해 배울 수 있고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지만, '주'에 대해서만큼은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공식적으로는 어디서도 가르치지 않기에 사실상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다. 개인이 ‘주’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고 해봐야 부동산을 싸게 사는 것에 마음을 두는 정도가 아닌가?
실제로 방송매체들은 소위 먹방이라는 ‘식’문화에 매우 치중하고 있고, 전 국민이 패셔니스타 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의’에 대해서도 센스가 뛰어나다. 그러나 ‘주’에 대해서는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이지 않은가?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가 산교육에 대해 구체적이고 균형감 있게 배울 기회는 애초에 차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주’, 즉 건축에 대해 글을 쓰고, 가르치고, 체험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이 건축을 더욱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열리게 된다. 그런데 누군가가 실천하겠지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면 그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한 사람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바람이 일어나는 원리와 같다.
말뿐인 것은 가짜다. 스스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산교육이다. 그것을 터득하고 생활에 적용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이다. 사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 우리의 교육은 진짜 산교육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