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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Jul 10. 2017

'농민신문' 인터뷰에 빠진 얘기

긴 인터뷰였는데, 기사는 매우 짧게 나왔네요. '농민신문'이라 귀농하시는 분들을 위해 집 짓기에 관한 기사를 쓰고 싶으셨을 겁니다. 기사 내용에 빠졌지만, 중요한 내용을 첨언하려 글을 씁니다.


모든 살아 있는 동물들이 그렇듯 사람도 자기 집을 짓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생명과 삶을 지키고 싶은 본능이 있기 때문이죠. '식의주'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3요소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의'나 '식'에 대해서는 소양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주'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아는 바가 적습니다. 왜일까요? 건축을 전공한 사람 외에는 건축 자체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동안 대중에게 건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의 먹거리인 '식', 몸을 보호하기 위한 옷을 의미하는 '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매체나 경로를 통해 배울 기회가 많았지만, 거주를 위한 집 또는 안식처를 의미하는 '주'에 대해서는 그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은 본능인 자신의 집을 짓고 싶은 마음조차 제대로 펼치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집을 스스로 짓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주'에 대한 본능이 매우 큰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평소에 건축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 더 멋진 집을 지으셨을 겁니다.  


자신의 먹거리를 스스로 선택하고, 입고 싶은 옷도 맘에 맞는 것으로 고르듯, 자신의 고유한 삶을 담을 수 있는 집을 스스로 짓는 일은 누구에게나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다만 현행 법에 맞게 잘 짓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인 건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인터뷰에서 '직접 지어보세요'라고 권하는 것은 자신이 건축설계단계에서부터 참여해 건축사의 도움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의미였는데, 그 내용이 활자화되지 않았네요. 만약 건축법에 맞지 않게 짓는다면 이후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건축사의 도움은 필수입니다. 그런 후에는 시공과정에 직접 참여해 집을 지을 수 있겠죠.


시공을 직접 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계도면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자재도 많이 알아야 합니다. 경제적인 고려는 당연하며,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을 짓는 동안 이웃과의 크고 작은 분쟁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 외에도 예기치 못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모든 일들을 스스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건축이 어렵고,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집을 짓은 일은 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말이 있듯, 집 짓는 일도 쉬운 연습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망치질, 톱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집을 지을 수는 없겠지요. 다양한 아날로그 방식의 수작업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그 규모를 점점 키워가다 보면 어느새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자랄 것입니다.


기사 말미에 건축 관련 프로그램을 정부에서 더 많이 운영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썼는데, 성인들을 위한 실제적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 '건축 과목'을 개설하면 좋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어려서부터 건축을 잘 배우면 그의 인생이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건축 자체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존재이며, 그 건축을 알아가는 일은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는 좋은 과정입니다. 그런 소양이 쌓인 건축주는 자신의 삶을 위해 좋은 집을 짓게 됩니다. 결국 좋은 건축문화는 건축사의 역량이 아니라 건축주의 소양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과 꿈을 대신 이뤄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희망하는 그런 세상이 오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 어린이들을 직접 가르쳐 좋은 건축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일을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라 명명하고 올해로 8년째 '조아저씨'란 이름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우리나라의 건축주 세대가 될 앞으로 30~40년 후가 되면 그때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건축문화 선진국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날을 저는 미리 보고 있습니다.


농민신문 인터뷰 기사는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77622&subMenu=articleto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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