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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Jul 11. 2019

조아저씨 창의건축 체험

청양 정산중학교에서

어제는 충남 청양에 있는 정산중학교에서 <조아저씨 창의건축> 체험을 진행했다. 2년 전에 한번 갔던 곳인데, 다시 요청이 왔다. 그때보다 약 20여 명이 줄어든 전교생이 91명인 아담하며 역사가 있는 학교였다. 학생들이 가지고 활동하는 아키조블록은 건축을 가르치기 위해 내가 만든 특별한 건축 교구다. 매우 단순한 형태임에도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겁게 가지고 놀 수 있다. 건축에 대한 본능을 자극하는 교구이기 때문이다.     


체험을 시작하며 집중력과 섬세한 손의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10개를 수직으로 쌓는 게임을 한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게 의외로 쉽지 않고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한 시간 동안 이것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그래서 딱 5분 정도만 시킨다. 이날도 한 학생이 성공했다. 대부분 학교마다 몇 명씩은 성공하는데, 못하는 곳도 있긴 하다. 참고로 가장 높게 쌓은 분은 13개를 쌓았는데, 학생이 아니라 교장선생님이셨다.(대박!)     

사진에는 9개만 나왔는데, 10개를 수직으로 쌓은 게 맞다. 찍은 사람이 나인데 잘못했다. 




이렇게 아키조블록과 친해지면 그때부터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지어낸다. 매뉴얼은 딱 세 가지다. “높게, 튼튼하게, 공간 만들기”라고 외치고 바로 시작한다. 정말 다양한 작품이 나온다. 그런 후 8명씩 팀으로 도시계획을 하고 마을 만들기로 들어간다. 생각과 그림으로 끝나지 않고 결과물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협력과 분업으로 해결하는 쾌감을 맛보는 시간이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돌아다니며 보게 하여 다양성과 상호 존중을 경험하게 한다.      



개인이 각자 살고 싶은 집을 아무런 구애 없이 만들고 있다.





팀별로 주제가 있는 마을 만들기를 하고 있다. 도시계획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도로를 잘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 체험으로는 ‘한정된 재화로 목적 공간 만들기’를 시키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 범위 내에서 목적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종의 게임과 같은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집을 지을 때 은행에서 돈 빌리지 않고 오직 자신이 보유한 재산으로만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체험을 하는 것이다. ‘부채가 없는 삶’에 대해 어릴 때부터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나는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험으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겐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해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한정된 재화로 목적공간 만들기. 각자의 연필꽂이를 16개의 아키조블록으로 만들었다. 기능을 충족하되 디자인은 다양하다.



<조아저씨 창의건축> 체험을 하면서 여러 학교 선생님들께 들은 얘기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100명이 넘게 체험하면 꽤 혼란스러울 줄 알았는데, 너무나 재미있게 하네요.” “5년 동안 학교에 근무하면서 학생들의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 처음 봤어요,” 등 다양한 말씀들을 하셨다. 대부분 긍정적이고 놀랍다는 반응이다. 나도 안다. 중학생들을 이렇게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이게 콘텐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콘텐츠는 체험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데 이런 콘텐츠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건축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교들이 <조아저씨 창의건축>을 만나 학생들에게 특수하지만, 삶의 좋은 경험이 되는 건축체험을 제공해주길 바란다. 건축은 어릴 때 배울수록 가치 있고 의미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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