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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Jul 18. 2019

이모의 젖을 빠는 길고양이

희한한 일이다. 나나의 새끼가 4마리인데, 지금 젖을 먹고 있다. 그런데 새끼 중 흰색 고양이 한 마리는 유난히 크다. 이놈은 사실 나나의 새끼가 아니다. 나나의 새끼 중 흰색이 또 한 마리 있는데, 방금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후다닥 달아났기 때문에 지금 사진에는 없다. 겁이 유난히 많은 아이다. 그럼 저 큰 녀석은 누군가! 나나보다 한 달 정도 먼저 출산한 미미의 아들이다.       











미미는 현재 임신 중이다. 출산 후 두 달 만에 다시 임신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 몸 힘들어서 자식을 돌보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지극정성으로 새끼를 돌보던 미미였는데, 출산 직후 며칠 되지 않아 수고양이의 습격을 받아 일곱 마리 중 다섯을 잃고 두 마리만 남은 데다 최근 3주 전부터 한 마리가 또 보이지 않는다. 그 아이는 그때 다리를 크게 다쳤는데,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 수술을 하고 정성껏 간호를 해 준 덕에 완전히 나았다. 그런 아이가 안보이니 좀 서운하기도 하지만, 어디선가 건강히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미미의 새끼들. 삼색이는 3주전부터 안보이고 있다.  흰색 아이는 꼬리끝이 말려있다.


그래서 결국 저 한 마리만 남았는데, 저 녀석도 엄마를 아는 체하지도 않고 반가워하지도 않는다. 자기 이모인 나나를 더 편안해하고 사촌 동생들과 잘 노는데, 오늘은 이모의 젖까지 빨고 있다. 그러고 보면 무심한 나나가 새끼들은 더 잘 챙기는 것인가? 어쩌면 새끼를 많이 잃었던 미미가 그 충격 때문에라도 더 빠른 임신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미는 오드아이다. 7월 11일 찍은 사진인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배가 더 부르다. 


일견 사람의 관점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연의 법칙 속에선 다양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사이클이 짧은 길고양이의 묘생을 보고 있노라면 때론 가끔 사람의 인생도 겹쳐 보인다. 살아있는 길고양이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인간들이 있다 한다. 자연의 관점에선 사람조차도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심는 대로 거두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사랑을 심으면 삼십 배 육십 배 백배로 사랑의 열매를 거두고 그 반대로 나쁜 것을 심으면 역시 자신이 심은 행위의 열매를 진뜩 거두리라. 농사가 그걸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게 자연이다. 그래서 생명을 하찮게 여기면 자신의 생명도 하찮게 여김을 받을 것이야. 곱게 살다 곱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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