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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Mar 16. 2020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의자를 수리하다 느낀 점

   내가 디자인하고 목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만든 '허깅 체어'다. 의자에 앉으면 백허그를 해주는 느낌의 의자다. 흔하지 않은 삼발이 다리에 옻칠을 4 했으니 무척 정성껏 만들었다. 직각이 거의 없어 나름 예쁘고 사용감도 좋았지만, 사용하면서 느껴지는 디자인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없다.




1. 삼발이의 경우 앉는 것보다 일어날   신경 써야 했었다. 일어날  의자가 뒤로 밀리며 무게중심이 높은 경우 의자 자체가 뒤로 넘어진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삼발이는 앞에 두 개, 뒤에 하나의 다리를 놓아야 의자가 옆으로 밀리며 넘어지지 않는다. 그때는 그걸 몰랐었다.

2. 삼발이 다리의 결구를 위해 부재 3개가 가운데서 모이는 어려운 짜맞춤 결구 방식을 썼다. 만나는 모든 부위가 직각이 아니다. 그래서 만들기도 어려웠지만 옻칠할  꼼꼼히 칠하다 공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결구 부재 덕분에  여기저기 옻이 묻었고, 며칠  묻은 자리마다  독에 올라 거의 한 달 넘게 개고생을 했었다. 그럼 사용 중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삐죽 튀어나온 부분에 발바닥이 닿으면 뾰족해서 아프게 느껴진다. 그때마다 디자인을 후회했다.

3. 며칠  의자에 깔아 둔 가죽 패드를 우연히 들춰보니 바닥판이 절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몇 차례 뒤로 넘어지다  충격이 바닥판까지 전달된 듯했다. 오늘 공방에 가져와 깨진 틈에 접착제를 넣어 바르고 수리를 하는데 직각이 거의 없는 디자인 덕분에  또한 개고생... 이런 개떡 같은 디자인이라니.. 디자이너 누구야!

결론,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지 말고, 사용자의 편의성 중심으로 하되, 추후 있을지도 모를 보수의 원활함도 함께 고려해야 하겠다.(그게 말이 쉽지 어디 쉬운 일인가?) 아무튼 다음에 삼발이 허깅 체어를 다시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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