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24
막연히 시나리오에 대한 정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매일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개중에 전혀 다른 결의 영화 같지만 비슷한 영화들이 몇 있다. <힐빌리의 노래>와 <허니 보이>는 명시적으로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하고 현재의 모습들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트라우마를 겪은 인물들의 현재는 다른 영화, 다른 인물, 다른 서사를 갖음에도 이들의 상실과, 결핍은 공유되는 것 같다. 앞서 두 영화는 사실 트라우마와 교차 편집, 플래시백 만으로도 공통되는 부분들이 있고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우연히 작년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인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를 보게 됐고 주인공에게 던져지는 질문에서 <굿타임>의 엔딩에서 코니가 받았던 질문을 생각했다.
<전혀 아니다>를 끝내고 두 영화의 접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단순히 질문을 던지고 받는 영화는 세상에 무수히도 많은 셈인데 ‘어텀’(전혀 아니다)을 보고 어떻게 ‘코니’(굿타임)가 생각났을까.
먼저 <굿타임>은 코니의 형인 닉이 전체 비중을 차지하지만 영화의 주된 서사를 만들어 낸 것은 코니라고 할 수 있다. 액자식 구성의 <굿타임>은 코니가 치료받는 모습에서 치료받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또한 영화의 말미에 닉의 얼굴로 들어가는 카메라가 코니의 얼굴로 전환되며 빠지는 순간, 다양한 해석을 향유하기도 한다. 닉의 운동성은 코니에서 비롯되며 코니가 받지 못했던 치료가 엔딩에 이르러 질문을 부여받고, 코니가 그 질문에 대한 선택을 시작할 때 영화는 끝이 난다.
코니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집단에 있는 모든 인물들이 받게 되며 질문의 대답은 길을 건너는 것, 영화 내내 닉이 했던 운동을 코니가 전달받으며 선택을 하게 된다. 질문의 내용은 단순하다. 사탕을 좋아하나요?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요? 거짓말을 한 적이 있나요? 이 세 가지 물음으로 시작된 크로스 더 로드에 대한 코니의 대답은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나요? 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닉의 움직임(운동성)은 이 질문들로 귀결되며 코니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순간을 위해 달려온 것으로 느껴진다.
<전혀 아니다>의 어텀은 원치 않은 임신으로 낙태를 하기 위해 그의 사촌이자 친구인 스카일라와 이동한다.
스카일라의 움직임은 어텀을 향한다. 그녀를 위해 돈을 훔치고, 불가피한 상황에도 계속 곁에 있는다. 그리고 어텀이 미혼모 센터를 떠나 자신의 선택이 필요할 때 역시 그녀는 질문을 받는다. 처음 던져지는 질문들은 매뉴얼적인 질문이다. 따로 병력이 있는지, 복용한 약이 있는지를 묻던 질문은 낙태에 대한 선택을 묻는 것이 아닌 어텀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된다.
상대가 어떤 물리적인 상해를 입힌 적이 있는지, 원치 않는 관계를 강요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그녀의 안전을 묻게 된다. 이 질문들은 모두 그들의 상황을 관통하고 대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기다린다. 그리고 인물들이 대답을 하거나 어떤 선택을 하게 될 때, 영화 내의 모든 이동이 끝을 맺는 것이다. <굿타임>에서 닉의 원형 운동, <전혀 아니다>의 어텀과 스카일라가 함께한 펜실베니아에서 뉴욕까지의 이동(운동)은 인물의 선택을 향해 달려간다.
서사를 함축하는 질문들이 던져지고 인물들이 비로소 자신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이 지점이 내가 어텀의 얼굴에서 코니의 결정을 본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