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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파스 Y Mar 27. 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

일본의 그것이 아니었어?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처음에 기묘한 이야기의 포스터를 봤을 땐 일본에서 방영된 기묘한 이야기의 미국판 리메이크 버전 줄 알았다. 무섭거나 기괴한 주제를 다루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사람을 해치고 이를 둘러싼 인물 간의 갈등, 주인공 소녀의 기묘한 능력, 과학을 좋아하는 귀여운 4 총사, 그리고 위노나 라이더... 풍성한 볼거리와 회차를 거듭할수록 기묘한 것들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스토리는 이 시리즈가 인기가 많을 이유로 충분하다.


스토리와 별개로 보는 내내 향수에 빠지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핼러윈 데이에 입은 고스트 버스터즈 코스튬이나 당시에 유행하던 오락실,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때의 모습까지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처음 사회에 들어섰을 때의 충격과 어색함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들과 사회적 환경의 변화까지 시리즈는 시간이 흐르며 성장해 가는 아이들에 맞추어 거기에 따른 시대상을 열심히 고증시키는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실종된 주인공을 찾는 긴장감 속에서도 일상을 흐르며 그렇게 고증된 80년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그땐 그랬지 하며 긴장이 더해가는 스토리 속에서도 추억을 떠올리며 한숨 돌릴 수 있는 장치는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나로 하여금 떨쳐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오래전 만화로 즐겨보던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이 자꾸 떠오른다. 단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는 단순한 차원에서 생각나는 것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다.




1. 정체불명의 무언가와 싸우는 어린이


친구를 찾는 여정은 비슷하지만 '친구'의 의미가 다르다


정확하게는 기묘한 이야기의 아이들은 싸우며 성장하고 20세기 소년의 아이들은 성장 후 싸우게 된다. 힘을 길러가며 싸우는 것과 힘을 기른 후 참전하는 것은 많이 다르지만 친구와 함께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적해 나가는 것은 비슷한 포맷이다. 어린 시절 추억의 공유가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추억을 공유하지 못한 이들은 이 그룹에 낄 수가 없다. 그래서 일레븐을 그룹에 넣는 경우에도 루카스와 마이클의 충돌이 있을 정도였다. 이 추억의 공유를 통해 그들이 있던 당시의 상황과 사건들을 시대상을 반영하여 나타내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요소로 작용시켰다.



2.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자아이


감정적이지만 그것이 곧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힘이 된다


요즘 말로 능력이 개쩌는 주인공이 있다.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은 코피를 흘릴지언정 고개를 까딱임 하나로 사람 하나 쉽게 죽이고 거대한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능력까지 있다. 20세기 소년의 엔도 칸나 또한 초능력이 있지만 일레븐만큼은 아니고 숟가락을 기울일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리더십과 운동신경은 상위급이고 상식 또한 풍부하다. 좋아하는 음식도 설정이 되어있다. 일레븐은 와플을, 칸나는 파가 듬뿍 들어간 고기가 추가된 마늘 라면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리고 여린 소녀가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모습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감정적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분명하다.



3. 능력자가 의지하는 대상의 부재


함께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쌓은 행복한 추억들


이 부분이 주인공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다. 아버지 같은 존재지만 아버지는 아닌... 그러나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의지하며 결과적으로는 감정에 휘둘릴 때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 주거나 각성의 계기가 되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었고 이들은 죽은 것으로 묘사된다. 20세기 소년에는 죽은 줄 알았던 삼촌이, 기묘한 이야기에선 호퍼가 살아 있었음을 그리고 둘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도 스토리상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이 기억이 되어 머리에 혹은 가슴에 남을 때 그것을 추억이라 한다.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추억의 공유를 통해, 나눔을 통해 더욱 커지고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으로든 힘이 된다. 특히나 이런 류의 시리즈는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시청자와 독자의 성장도 같이 이루어진다. 그들이 살던 시대 또한 우리가 살았던 시대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시대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삶의 형태가 어떠하든 나의 시간 속에서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은 반드시 존재하며 그 기억을 함께 나눔으로 우리는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서로 다른 문화와 인물과 시대와 환경이지만 전개되는 방식이나 인물 설정이 비슷하다는 것은 아주 억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사람'이라면 추억을 공유하고 나누는 방식은 다 비슷하니 말이다. 현재 시즌4를 앞두고 있는 이 시리즈가 간직한 추억에 동참하고 싶다면 한번 시청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연재 기간 8년 동안 작가는 독자와 과거의 추억을 돌이키며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아직 남아있는 과학과 모험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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