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들어가며
이번 방학 때 계획한 몇가지 여행들, 그 중 가장 기대됐던 것은 도쿄도시여행 입니다. 이름처럼 이번엔 단순히 멋진 건물을 보러다니는 것이 아니라 도쿄의 도시를 걸어다니며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답사 리스트도 대부분 도시개발이나 빌딩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던 것 같습니다.
이전 글을 통해 OMA에 대한 제 팬심(?) 을 드러내며 OMA가 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대규모 개발이라 외국으로 나가야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라 아쉬움을 밝혔었죠.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 그 바램을 이루었습니다. 도쿄 토라노몬 힐즈의 마지막 빌딩인 스테이션 타워를 그들이 지어냈기 때문이죠.
위치: 2 Chome-6-1 Toranomon, Minato City
건축가: OMA
“힐즈”라는 이름, 아마 도쿄를 여행하다보면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모테산도힐즈, 롯폰기힐즈 등, 그리고 그 건물들에는 하나같이 MORI 라는 이름이 빛나고 있죠.
모리빌딩은 도쿄의 디벨롭핑 회사로써, 지금까지 다양한 개발을 하며 도쿄의 활력을 돋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특이한 점은 단순히 자산운용을 하여 건물을 짓고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부터 운용까지 모든 부분에 세심하게 관여한다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힐즈” 시리즈에서는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례로 이들은 수직정원도시 를 컨셉으로 하여, 건물의 밀도를 높이고 남는 곳에 방대한 녹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녹지를 따라 배치된 건물들에는 여러 용도를 복합개발하여, 주거, 직장, 상업, 문화가 모두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컴팩트 시티를 만들어나가죠.
그렇지만,, 이러한 키워드들은 현대 도시개발에서도 흔히 보일 수 있는 키워드일겁니다.
모리빌딩의 힘은 무엇보다도 협력과 운용에 있습니다.
일례로 토라노몬 힐즈의 모리타워 아래에는 지하도로가 지나가고 있는데요, 이는 “민간제안형사업” 에 따라 도로 위에 건축을 할 수 있도록 관청에 허가 받음으로써 가능했습니다.
도시를 갈라놓는 축이 되기 쉬운 도로를 아래로 숨기고, 위로 힐즈의 녹지가 펼쳐지게 되는 윈-윈의 결과가 나오게 되었죠.
또한, 스테이션 타워는 토라노몬힐즈의 개발과 함께 이루어진 새로운 지하철역 개발과 발맞추어, 도쿄메트로와 협력해 역입구와 연결되는 거대한 아트리움을 조성, 다양한 상업시설을 유치하였습니다.
이러한 민관협력의 현장, 이제는 도시개발에 있어 필수적이라 생각되는데요.
더이상 국가예산만으로는 이러한 도시개발을 하고 운용할 수 없을 뿐더러 협력을 통해 더욱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이제 이번 글의 주인공. OMA의 스테이션 타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토라노몬힐즈는 여러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복합단지입니다.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도로들이 서로를 단절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한데 이어주는 스카이데크를 계획하게 됩니다. 데크는 녹지로 뒤덮여 모든 건물을 이어주기 때문에 얼핏 이곳에 가보면 여기가 지상인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요.
데크를 따라 연결된 건물들의 저층부에는 다양한 상업시설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곳으로 올라와 토라노몬힐즈를 구석구석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번 제목인 “입체적 빌딩” 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빌딩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지얶습니다.
보통 빌딩은 “어떤 회사의” “어떤 호텔의” 것이며 도시를 걷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입체적 빌딩은 우리를 끌어들이고, 안에서 경험하게 합니다.
토라노몬 힐즈의 건물들이 도로로 구획된 땅 안에 섬처럼 있는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지점에서부터 이러한 입체적빌딩은 빛을 발합니다.
스테이션 타워 또한 스카이 데크를 통해 주변과 연결되어 있는데요, 왼쪽으로는 Edomizaka Terrace로 ,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T-Deck를 통해 Glass Rock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카이데크를 따라 걸어야 이곳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으며, 또한 이를 통한 접근이 더욱 우선시 된다는 뜻이 됩니다.
이에 따라, 토라노몬힐즈의 건물들은 스카이데크의 2층을 메인레벨로 설정하며, 이를 기준으로 나누어 설계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단면도에서 초록색 선으로 표시된 스카이데크가 모든 건물을 이어주는 모습입니다.
스테이션 타워는 가장 끝에 위치한 건물로써, 모리타워로부터 글래스락을 지나 걸어오는 방향에서 정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마주한 정면은 빌딩의 형태에선 짐작할 수 없었던, 굉장히 다채로운 모습입니다.
기대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요,,
우선 저층에는 리테일/상업 프로그램이 구성, 위부터는 호텔/오피스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나눠주는 스카이로비를 중간에 만들면서 바깥으로 돌출시켜 자연스레 드러냈습니다.
이에 따라, 보행자의 시선에 볼 때는 건물이 한번 끊어져서 위압감 없이 자연스럽게 자리하죠.
매스 또한 일부가 깎여나가기도 하며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모양새 입니다.
또한, 가운데가 갈라진 것이 큰 특징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요.
위에서도 보이는 이 모습은 가운데를 기준으로 양쪽에 매스가 붙어있는 모양새입니다.
메인도로인 Shinta-dori 에서부터 토라노몬힐즈로 이어져 가장 끝에 자리한 스테이션 타워.
OMA는 메인컨셉으로 이러한 흐름을 건물의 가운데에서 받아들여 건물 꼭대기 까지 솟구쳐 올라간 후,
다시 뒤의 토라노몬/아카사카 까지 퍼져나가는 “Activity Band” 를 구상합니다.
이를 위해 45-49층을 문화/복합 공간인 Tokyo Node 라 이름 붙이고, 누구나 이곳에 올라올 수 있게 하였죠.
건물의 최고층인 이곳을 열어놓는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메인컨셉처럼 건물 전체를 경험하고 내려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또한 이곳에서는 뒤로 이어지는 토라노몬/아카사카의 야경이 펼쳐져, 스테이션타워는 단절이 아닌 더욱 강한 연결을 만들게 됩니다.
Tokyo Node 에는 갤러리, 공연장, 레스토랑, 수영장 등이 있으며, 꼭 이들을 이용하지 않아도 로비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토라노몬 힐즈는 교통에 불리했기 때문에 교통시설을 함께 조성하며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스테이션 타워에는 지하철역이 함께 지어졌는데요, 이제 왜 이 건물이 “스테이션” 타워인지 알겠습니다.
아까 전 이야기한 것처럼 건물은 스카이데크의 2층을 메인레벨로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1층까지는 리테일/상업 이 하나의 대공간으로 Station Atrium 을 형성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하철역에서 스테이션타워에 갈때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건물로 들어와 버린 것 같았어요.
개찰구를 지나면 바로 건물이기 때문에 지루한 지하공간에 걸을 일 없이 바로 아트리움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곳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쿄 메트로와 협력하여 만들어진 공간으로써, 누구나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광장이 됩니다,
메인레벨이 2층이기 때문에 1층까지 연결된 이곳은 따라서 지상의 자연광을 들여와 밝고 상쾌하며,
상업공간이 다양하게 들어와 있어 팝업스토어, 카페등 사람들의 발길로 항상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2층으로 지나가는 스카이 데크는 토라노몬힐즈의 주된 요소인 만큼 모든 건물에 “관통해” 들어간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내부까지 들여온 모습도 재미있어요.
지하-1층, 2층-7층까지 이어지는 리테일 공간을 지나면, 스카이 로비를 마주하게 됩니다.
스카이 로비라니, 어색하게 들리실 수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보는 빌딩은 1층에 로비가 있죠.
하지만 “입체적 빌딩” 이 되기 위해 스카이로비는 필수적입니다.
1층에 있는 로비는 결과적으로 관계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게이트를 형성합니다.
스카이로비는 말그대로 오피스로 가는 로비를 건물에 중간에 마련하여, 저층부를 시민들에게 열어주기 위한 방안입니다.
스테이션 타워의 스카이로비는 7-8층으로 구성되어 7층은 오피스로 가는 사람들을 위해 이용되고, 8층은 45층의 도쿄노트로 올라가기 전 일종의 연회장이 됩니다.
공연정보를 확인하거나, 표를 끊거나, 관람 후 소회를 풀 수 있는 카페도 마련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엘레베이터 또한 오피스층까지 전층을 운행하는 구역은 7층에서 게이트를 통해 들어갈 수 있으며,
8층을 통해 45층 도쿄노드로 직행하는 엘레베이터가 있습니다.
도쿄노드의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45층에서 내려다 본 야경은 영상으로 도저히 담아지지가 않더라구요,,이곳에 방문하신다면 꼭 가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쓰다보니 어느새 OMA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고, 건물의 구성이나 힐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찬 것 같습니다.
토라노몬힐즈는 이처럼 도시에 기여하는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실히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모리빌딩이 어떤 방식으로 개발을 하는지, 특히나 스테이션 타워는 “입체적 빌딩“ 같았죠.
입체적이기 위해 이곳은 주변 건물들과 스카이 데크로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으며, 스카이 로비를 두어 저층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었고,
지하철역과 연계 및 민관협력을 통해 건물 내에 열린 광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초호화 레지던스, 오피스의 소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최고층을 문화공간으로 개방하여 이러한 건물 전체를 둘러보는 느낌을 주었죠.
결과적으로 이러한 모습은 건축이기보다, 하나의 수직적인 도시를 세심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보였으며
건축보다는, 어떻게 연결하고, 활성화하고, 협력하는 지에 대한 일련의 고민이었습니다.
-2026.02.16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