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위치: 서울 은평구 연서로13길 29-23
건축가: 플로(flo) , 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구산동 도서관마을이 위치한 곳은 빽빽하게 빌라들이 들어찬 고밀집 주거구역입니다.
하지만 많은 주민 수에 비해 주변에는 마땅히 이용할 만한 도서관이 없었기에, 요청에 따라 은평구가 새로운 도서관을 위한 땅을 매입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도서관은 보통 마을 끝 산 아래 혹은 공원에 지어지지만, 선택된 땅은 주거구역의 한가운데로 시작부터 독특했습니다.
땅은 막다른 골목으로, 8개의 빈 집이 그대로 있었죠.계획은 이 집들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이용가능한 4개의 집을 남겨 설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건축가는 기존의 집들에 있는 여러 방들을 그대로 ’책읽는 방‘으로, 기존의 골목길 위로 ’책 복도‘부분을 신축해 여기에 책들을 보관하고자 합니다.
기존의 집들에 책을 보관하게 될 경우 노후화된 건물 상태로 구조적 보강이 불가피했고, 책들이 모두 퍼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나온 도서관은, 4채의 집이 그대로 안에 들어온 듯 하고, 그 사이를 원래부터 있었던 골목길이 그대로 파고들며, 구산동 마을의 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풍경이 됩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의 재료선택은 이러한 골목의 추억을 되살리도록 합니다.
외장재는 기존의 집은 흰색 페인트로 마감되어 있고, 이를 연결하는 새로운 건물들은 노란색의 벽돌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내장재에서 이런 재료들을 서로 뒤바꿔서, 오히려 기존의 집은 원래의 재료를 그대로 보존한 후 새로운 건물은 흰색페인트로 마감해, 안에 들어오면 마치 옛날 골목길 풍경에 그대로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게 됩니다.
도서관이란, 어떤 건축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됩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 도서관 하나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입니다. 그만큼 이 건축은 가장 공공적이며,
단지 책을 보관하거나, 엄숙하게 공부하는 모습은 이제는 도서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일상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만나며, 동네의 커뮤니티의 장이 되는 공간.
이 도서관에서는 참 흐뭇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도서관 곳곳을 뛰어다니며 탐험하고, 책복도를 지나며 자연스레 책을 접합니다. 각각의
방들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장이 됩니다.
새삼 ‘구산동도서관마을’ 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4.01.13 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