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도기행
들어가는 글
우리 몸에는 관성이 있는지, 이제 그만! ,,이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치열했던 2학년이 끝나고 어느덧 찾아온 겨울방학이지만, 계속 머리를 쓰던 습관이 남아있어서인지.
쉬고 싶어도 쉬어지지 않았던 일상의 반복.
뭔가 큰 거 한 방이 필요하다.
“아,,떠나고 싶다!”
차가운 바람이 상쾌하게 스며드는 이 계절 겨울에, 기차를 타고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지역들을 누비고 싶다!
그래서 시작해보려 하는 “겨울철도기행” 은, 앞으로의 여정을 기록해보고자 지어본 제목입니다.
여행, 특히나 혼자하는 여행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익숙했었던 집, 사람들과 잠시 떨어져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며 돌아볼 수 있는 순간들.
저는 특히나 걷는 것을 참 좋아하는지라, 여행지에 가면 한참동안 걸어다니면서 여러 풍경을 보고 생각하곤 합니다.
처음 여행지로 어떤 풍경을 보고 싶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바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보면 , 가슴이 뻥 뚫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동해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땅과 하늘이 만나는 지평선.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것과 다르게.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을 볼 때면 정말 끝이 없다는 착각이 들곤 합니다.
우리는 저 바다를 너머 ,둥근 지구의 면을 지나, 우주를 지나, 끝 없이 이어지는 세계를 보는 것이라고요.
오랜만에 본 바다가 저에게 말 거는 듯 했습니다.
“너가 하는 고민, 내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홀가분하게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여행한 곳은 동해시라 불려지는 신시가지 이전의 묵호항 부근입니다.
이곳에서는 산을 따라 집들이 굽이굽이 늘어서 있고, 사이에 골목길들이 나있는 특이한 마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마치 계단식 논과 같아, ‘논골담길’이라 부릅니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벽화들을 볼 수 있고, 이는 묵호항의 화려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향수로 가득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묵호항은 오징어와 명태가 많이 잡히는 아주 번영한 항구였다고 합니다.
지구가 더워지고 동해안 수온이 올라가며 오징어와 명태는 점점 북쪽으로 대피하여 어획량이 크게 줄고, 신시가지인 동해시까지 들어서며.
현재는 조금 쓸쓸한 모습이예요.
논골담길을 걸으며 상상해봤습니다.
오징어배가 너무 많아 밤에도 낮처럼 환했다던 풍경을,
지나가던 개가 만원짜리를 물고다닐 정도로 많은 돈이 오갔다던 모습을
,
한 밤자면 옆으로 새로운 집이 이사올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던
,
과거의 화려했던 묵호항을요.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과거의 향수에만 젖어있기 에 묵호는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형형색색 물든 지붕과 어울리는 새파란 바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그곳으로 들어오는 배들.
그리고 아직까지 활발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수산 경매장과 시장들의 모습.
중요한 것은 묵호만이 갖고 있는 그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묵호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덕장마을인데요, 엄청난 명태 어획으로 한때 논골담길의 언덕 위는 명태를 말리는 덕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작아졌지만, 아직도 수 많은 덕장들이 있어요.
직주근접의 현장이랄까요. 덕장은 주택에 마치 가설구조물 같은 건조대가 붙어 있는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기대어져 있는 나무 막대들에 명태를 끼운 후, 이걸 가설구조물 위에 올려, 천을 덮어놓는 식으로 말리는 듯 했어요.
이런 덕장의 풍습이 축소되어 묵호항에 있는 주택들을 유심히 보면 작은 건조대가 하나씩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삶의 모습이 인상깊습니다.
자연은 말을 걸지 않아서 좋습니다.
도시에 있는 간판, 현수막, 조명들은 자꾸만 정보를 주입하고, 말을 거는데,
자연만은 자신의 순리를 지키며 침묵합니다.
어쩌면 현대인이 피곤한 이유는 머릿속의 침묵과 소음의 균형이 깨져서가 아닐까.
그래서 침묵 속에 나를 품어주는 자연을 항상 그리워하고, 또 찾는게 아닐까.
문득 생각했습니다.
-25.01.24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