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위치: 강원 강릉시 원대로45
건축가: Richard Mier
완벽한 날입니다.
건축답사를 하다보면 목록에 넣어놓은 건물의 답사를 미룰 때가 있습니다.
이유는, 제가 상상하는 건물의 완벽한 모습일 때 첫인상으로 담기 위해서이죠.
날이 맑거나. 비가 내리거나. 밝은 낮이거나. 어둠 속 조명들이 휘황하게 빛나는 밤이거나.
모든 순간에 건축물은 마법처럼 모습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솔올미술관은 리처드마이어 라는 건축가의 작품입니다.
큰 건축특징으로,
백색을 집요하게 고집합니다.
백색의 고아한 자태.
저는 이 모습을 눈이 뒤덮인 날에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폭설 뒤의 강릉이었기에 완벽한 날입니다.
입구에 들어가기 전 건물 전면으로 나 있는 발코니가눈에 띄었습니다.
교동시내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솔올은 교동의 옛 지명이라 합니다. 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는 뜻, 어감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솔올미술관은 마당을 감싸는 ㄷ자형태의 건물입니다.
단순한 형태지만 내부의 경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로,
첫번째, 각 층을 잇는 수직동선이 3가지나 되는 점.
이용자의 동선을 강제하지 않는 자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사로는, 걸어올라감에 따라서는 눈 앞에 새하얀 산턱이 보이지만, 도는 순간 건물의 전경을 포착하게 됩니다.
시선이 이동하면서 보지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거나 감춰지기도 하는,
르꼬르뷔제의 용어를 빌리자면 '건축적 산책로' 입니다.
외부계단은, 층과층을 오갈 때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생각을 환기시켜 줍니다.
내부계단은, 케이블로 공중에서 지지되어 마치 부양해 있는 듯하며
두 층으로 통합된 공간에 유리창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그 공간감이 압도적입니다.
두번째, 높게 뚫린 공간들입니다.
1층과 2층에 통일된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분 뚫려있고 높은 기둥들이 지나갑니다.
건축가의 작품집에서도 많이 본 듯한 장면.
스미스하우스등 여타 작품들에서처럼 프레임이 리듬감 있게 나뉘어지진 않지만,
기둥너머 분절된 창을 지나 눈 덮인 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세번째, 각 축을 따라 여러 요소들이 돌출되거나 관입해 있는 점입니다.
로비는 두 층으로 통합된 개방감에, 건물의 모든 방향에 난 발코니를 통해 서로 시선을 교차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었습니다.
네번째, 자연으로의 확장입니다.
미술관을 이루는 ㄷ자 모양의 각 끝은 이렇듯 자연으로 확장되며 아름다운 풍경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술전시와 자연풍경을 번갈아 보며 한껏 충만해질 수 있는 미술관이었습니다.
ps. 군대에 있을 때 쓴 글입니다. 그때의 따뜻했던 경험도 함께 싣습니다.
-2024.02.25 17:35
따뜻한 경험을 했습니다. 군복을 입고 건물을 두리번거리며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제 모습이 관심을 끌었는지,
앞에 계시던 분이 음료수를 사주고 가셨어요.
또 점원 분도 오셔서는 원래 군인은 음료비를 받지 않으신다면서, 주문은 안했지만 드린다고 커피도 건네고 가셨습니다.
군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걸 경험하니 제 1년9개월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며 자랑스러워졌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