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방법

건축의 쓸모

by 이재준

어느 날 문득,
그냥 걷던 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햇빛이 벽을 스치는 각도,
창문의 프레임 사이로 잘린 하늘의 모양,
골목 끝에 보이는 건물의 비례.


예전엔 그냥 ‘거리 풍경’이었는데,
이제는 그 안에 누군가의 의도와 손길이 느껴졌다.


벽돌 하나에도 리듬이 있고,
창 하나에도 호흡이 있었다.


그걸 알아보는 순간,
세상이 조용히 다른 언어로 말을 걸어왔다.

나는 천천히 건물 앞에 멈춰 선다.
‘왜 이렇게 생겼을까’ 하고 묻는다.
‘이곳을 만든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고 상상한다.


건축을 공부한다는 건
도면을 그리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건축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시간이 될때마다 길을 따라 두리번 거린다.


길은 누군가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오래된 이야기이며,

건축은 그 사이에 지어낸 보물 같은

네버 엔딩 오브에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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