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 세상
그녀가 멈췄다. 내가 따라가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뒤를 돌아보고 내가 가까이 올때까지 기다렸다.
'갈 곳이 없군요? 코인도 없어요?'
'네. 갈곳이 없어요. 코인은 모지요?'
'아. 코인은 돈을 말해요. 여기서는 모두 비트코인을 써요. 각 나라마다 환율이 조금 다르지만, 모두 코인을 쓰고 있고, 이 반지로 결제나 교환을 해요'
손가락에 가느다란 반지가 두개 보였다.
'잠시만요. 아빠에게 당신을 데리고 가도 되는지 물어볼께요. 우스운 얘기지만, 당신이 위험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아서요'
그녀가 말했다.
'엘리! 아빠에게 전화해조'
핸드폰은 보이지 않는다.
'아빠? 길에서 재밌는 사람을 만났어요. 다른 세상에서 온것 같아요 저녁식사 같이 해도 될까요?'
'네. 그럴께요. 감사해요!'
나를 보며 말한다.
'아빠가 허락했어요. 아빠가 인류학 교수에요. 인류세 전공이라 다른 세상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으세요. 만나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며 같이 오라고 하시네요'
그녀는 지금 내게 완전한 천사로 보였다.
하지만, 정신을 놓치면 안된다.
'전화는 무엇으로 한건가요?'
'아. 이 귀걸이가 전화에요. 엘리는 제 목소리만 알아들어요.'
'엘리는 당신 이름 아닌가요?'
'아. 저의 트윈이에요. 트윈도 모르나요?'
'네..'
'음..SR은 아나요?'
'아니요..'
'디지털 트윈은요?'
'아! 디지털 트윈은 알아요!'
아는 얘기가 나왔다.
'SR은 디지털 트윈 기술로 만든 일종의 대체현실(Substitutional Reality)이에요. 두개 이상의 서로 다른 현실세계가 있다고 보면 되요. 이해되나요?'
'네.. '
'트윈은 SR에 다닐때 사용하는 저의 아바타에요. 현실에서는 개인비서같은 거죠'
'네..'
시리나 자비스 같은 것이 분명하다.
'거의 다 왔어요'
'저.. 부모님도 모두 한국분이신가요?'
'아니요. 아빠는 유대인, 엄마는 한국인이에요. 세계를 지배한 두개의 민족이 만나서 저를 낳았지요. 저같은 사람을 코르주KORJEW라고 해요. 특히 엄마가 한국인인 경우 더 특별한 대우를 해주기는 해요.'
세계를 지배한 두개의 민족. 오늘 들은 이야기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 세상에선 한국이 무언가 세계를 지배한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난 영어를 못한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요'
그녀가 하얀 유리박스로 들어갔다.